액티브 시니어로부터 태동하는 새로운 문화·소비 생활
액티브 시니어로부터 태동하는 새로운 문화·소비 생활
  • 문병필, 박지우 기자
  • 승인 2021.06.2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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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을 포함한 시니어 세대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출처: 머니투데이)
▲중장년층을 포함한 시니어 세대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출처: 머니투데이)

 

장기화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소비 양상은 소비층, 소비 형태 등 다양한 방면에서 변모하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의 중심에 서 있는 소비자층은 다름 아닌 시니어(Senior), 즉 고령층이다. 일반적으로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는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사회·문화적으로 주체적인 삶을 누리고 있는 50세 이상의 연령층을 의미한다. 이들은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활동적이고 소비 의욕이 높으며 자신만의 가치관을 따라 살아간다는 점에서, 용돈이나 연금에 의존해 노년을 보내는 수동적 이미지인 실버 세대와 뚜렷이 구별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 2월 발간한 ‘활동적 장년의 미디어 이용과 소비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활동적 장년의 비율은 17.4%로, 2016년의 15.7%에서 증가한 수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만 65~75세 젊은 노인들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라며, “그들의 선택이 앞으로 소비재, 서비스,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처럼 액티브 시니어의 활발한 경제 활동 속에서 중고령층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가 중요시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운동이다. 지난 2015년 국내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중 42.7%는 규칙적 운동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을 챙기는 것뿐만 아니라 액티브 시니어는 문화·예술 분야에도 활발히 참여한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 TAPACROSS에서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본 시니어 소비 트렌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 및 의식주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고 2016년부터는 △여가   △패션 △뷰티와 같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비일상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동대문문화원의 실버 베테랑 팝 밴드에서는 액티브 시니어의 참신한 음악을 통해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이들은 단순히 문화·예술을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에 참여하기도 한다. 액티브 시니어의 활동은 즐거움과 소통,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방면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액티브 시니어의 영향으로, 젊은 층 중심이었던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에서 중고령층이 디지털 소비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이들 중 일부는 디지털 기기에 능숙해 ‘실버 서퍼(Silver Surfer)’, ‘웹버족(Webver, 인터넷을 뜻하는 Web과 노인 세대를 지칭하는 Silver의 합성어)’과 같은 신조어로 불린다. 빅데이터 컨설팅회사 롯데멤버스와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발간한 ‘2020 트렌드 픽(Trend Pick)’에 의하면 1차 베이비붐 세대(1955년생~1963년생) 3,925명 중 30.6%가 인터넷 쇼핑을 이용한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1982년생~2000년대생)의 인터넷 쇼핑 비중(35.0%)과 격차가 크지 않다. 또한, 쇼핑 플랫폼 SSG닷컴의 연령별 온라인 주문 건수 추이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월 1일부터 2019년 10월까지 20대의 주문 건수 비중은 9%에 머문 반면, 50대 이상 고객의 주문 건수 비중은 15%에 달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는 지난해 국내 소비 트렌드 여섯 가지(INSIDE) 중 하나로 ‘젊은 취향의 시니어(E, Especially Lively Senior)’를 제시했다.
중고령층이 큰 소비자 집단으로 분류되면서 그들의 특성을 반영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패션 산업에서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에이지리스(Ageless)’ 브랜드를 만들고, 시니어 모델을 내세우는 방식의 마케팅을 시작했다. 또한, 중고령층을 위한 전문 홈트레이닝 앱인 ‘메모핏’ 등의 스마트 헬스케어 기반 앱도 등장했다.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기존 쇼핑몰의 특별 관리도 주목할 만하다. 롯데 홈쇼핑은 유료회원제 ‘헤리티지 엘클럽’을 운영해 55세 이상의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할인, 건강검진, 재테크 상담 등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콘텐츠 시장에서도 액티브 시니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동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이용한 중고령층의 비율은 66%에 달했다. 음악 플랫폼 지니 뮤직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령층의 유료 가입자가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스트리밍 차트와 방송 프로그램에 불어든 트로트 열풍이 이들의 입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오는 2026년 즈음엔 65세 이상 인구가 20%가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고령층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분야의 시장이 개척돼 중고령층의 고립 해소와 사회적 유대를 위한 커뮤니티, 데이트 서비스 등이 개발되는 추세다. 이런 시장의 변화로부터 세대 간의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는 장이 만들어지고, 고령 사회의 문제점을 완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연결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