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대학원생의 동아리활동에 관한 생각
[지곡골목소리] 대학원생의 동아리활동에 관한 생각
  • 정다니엘 / 컴공 박사과정
  • 승인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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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대학원생들은 연구실에서 살다가 졸업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을 정도로 연구실과 관련된 일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쓰지 않고 관심조차 갖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인간관계는 극히 한정되며,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이 좁아지기 쉽다. 이것은 대학원생의 우물안 개구리식의 생활구조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일단 대학원에 와서 연구실이 정해지면 십중팔구는 졸업할때까지 생활의 중심은 연구실에 한정된다.

연구실의 구성원은 많아봐야 스무명이 넘는 정도이고, 같은 이공계열 특히 비슷한 전공을 하는 사람들만 모아놓다보니 동질성이 매우 강한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적어도 2년이상, 많으면 7,8년가까이 있다 보면 사람들의 시각이 매우 좁아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세월동안 연구실 밖의 세상은 전혀 딴 세상이고, 자기와는 별개일테니 대학원시절 이후의 인간관계는 거의 고정될 수 밖에 없다. 세미나, 프로젝트, 수업, 논문 연구 등 연구활동시간 이외에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보면 연구실 사람들과 주로 어울려 논다. 대개는 연구실 안에 틀어박혀 지내게 되며, 설령 연구실을 벗어나도 연구실 사람들과 같이 지낼 확률이 높다. 이러한 현상은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서 주변을 넓게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거나 이해하는 능력에 제약을 가져오며 이는 창조적인 연구활동에도 커다란 장애요인이 된다.

이 같은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편협한 인간관계와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겠다. 그 방법중에 하나로서 동아리 활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학업 외적으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는 통로가 되며, 각자의 여가시간 활용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대학원생이 회원이 되어 활동할 수 있는 동아리는 별로 없다. 게다가 상당수의 대학원생은 동아리 활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것 처럼 보인다. 반면 동아리 활동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동아리 활동을 한다고 할 때 부담감을 갖는 사람도 많은것 같다. 연구실 일이 바빠서 시간이 없다느니 교수님이 동아리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거다, 동아리활동을 한다면 학부생들처럼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라는 식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리라. 일반적으로 대학원생들이 연구실 일에 신경쓰느라 시간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므로 학부생들처럼 동아리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으며 활동할만한 대상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활동한다고 해도 그렇게 부족하지만은 않다. 더 나아가 세심하게 시간관리를 한다면 동아리활동을 위한 시간을 할애할 수도 있다.

현재 인라인 스케이트, 자전거, 사진촬영, 오토바이 등에서 보듯 좋아하는 분야가 같은 사람들끼리 동호회의 형태로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꾸준히 활동이 이루어져 오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들을 짜임새있게 동아리의 형태로 유지시켜 나간다면 공식적으로 주위로부터 지원을 받고 회원관리도 체계적으로 해서 활동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같은 연구실 사람 이외의 많은 사람들을 접하고 취미나 여가를 즐기면서 시각을 연구실 바깥으로 잠시간 돌려서 생각의 폭을 넓히며, 정신적인 여유와 신체적인 건강을 증진시키고, 더 나아가 건전한 대학원 문화 형성과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