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호 ‘문화단상’을 읽고
191호 ‘문화단상’을 읽고
  • 이창수 / 전자 01
  • 승인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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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사실 확인 노력하는 자세 아쉬워

포항공대신문 지난 호 문화란에는 ‘이라크 전쟁과 지곡골’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지구 한쪽에서는 첨단 과학기술의 산물인 대량살상무기로 사람을 죽이는 학살이 벌어지고 있지만 과학도로서, 우리 포항공과대학교 학생들은 너무나도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비판한 글이었다. 그런데 기사의 내용 중 한반도의 아픔을 함께하는 노래패(이하 한아패)에 관해 언급한 부분에서 신문사측의 소홀함이 있었고 그것이 충분히 왜곡되어 독자들께 비쳐질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우선, 그 날의 공연에 관한 것이다. 그 날 한아패의 공연은 신입부원 유치를 위한 홍보용 공연이었고 한아패의 다양한 노래를 최대한 많이 들려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너무나도 즐겁게’ 공연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기자가 말하려고 했던, 침묵하고 무관심한 ‘지곡골’ 사람들에 대한 우려의 한 예로,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TV를 통해 보도된 지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시작된 한아패의 공연을 언급했다는 것은 신문사측의 이해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고, 기사의 논리를 위해 일면만을 부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기자의 표현에 관한 부분이다. 신문이 나온 후 그 기사를 읽은 한아패 사람들은 모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한반도의 아픔을 함께하는 어느 한 동아리는…’, ‘한반도의 아픔은 함께 하지만 같은 인류의 아픔은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의 표현은 기자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기사를 쓰지 않았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할 만큼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었다. 한아패의 패장이 그 기사를 쓴 기자를 만나 얘기를 나눈 후 한아패에 대해 악의가 있었던 것도, 의도적으로 그런 표현을 쓴 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아직도 그 글을 읽을 때마다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기사를 쓸 때에는 본인의 의도가 확실히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자가 말했던 대로 전혀 악의가 없었다면 그 것을 읽을 당사자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것은 신문사측이 앞으로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신문사측의 대응에 관한 것이다. 기자가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신문은 그 글을 쓴 기자만이 아닌, 다른 모든 기자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한아패에서 입은 정신적인 피해에 대해, 비록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자와 신문사는 책임을 져야 한다. 한아패에서는 이에 대해 표현의 수정 또는 정정보도 형식의 글을 실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신문사로부터 ‘해당 표현은 충분히 생각한 끝에 결정했으며 그 표현의 수정이 힘들다’라는 답변만을 들었다.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입혔다 하더라도 그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는 모습이 아쉬울 뿐이다. 이 기사가 한아패에게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해 주었듯이 이 글 또한 신문사에 긍정적인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