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이제는 내적 성숙을 기할 때
[옴부즈맨] 이제는 내적 성숙을 기할 때
  • 최김용상 / 전자 석사 03
  • 승인 2003.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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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이 시작되면서 학내 자치단체들은 저마다 새로운 리더를 맞이하여 의욕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포항공대신문사에서도 3년의 공백을 깨고 4대 편집장이 배출되었다. 대학 구성원 모두가 바라고 있는 ‘리더’의 선출 소식만큼은 아니더라도, 학생 중심의 학내 언론 단체를 이끌어줄 인물이 오랜만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올해로 창간15주년을 맞는 포항공대신문사에 역대 편집장이 3명뿐이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동안 포항공대신문사가 체계적인 조직을 연속성 있게 갖춰나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여러 원인 중에서도 편집의 자율권, 충분한 인력, 효율적인 조판 및 인쇄 시스템 등 신문 제작을 위한 외적 요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한 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이제 우리 학교에서도 그러한 요건들이 점차 충족되고 있다.

학생 기자의 그동안의 수많은 내외적 노력 끝에 현재는 어느 정도 자유로운 편집이 보장되고 있고, 학생 기자들의 역할 전문화 전략으로 인력 문제와 조판의 비효율성 문제도 점차 해결해 나가고 있으며, 지난 190호부터는 인쇄 방식을 교체하여 한층 더 깔끔해진 신문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편집장도 배출 되었고 신문 제작을 위한 외적 요건이 꽤나 갖춰졌으니 내적 요건, 즉 학생 기자들의 내부 역량을 키우고 기사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게 부각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학교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그렇듯이 포항공대신문사도 의욕만을 앞세워 일을 진행해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아마추어의 순수성이란 게 물론 열정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열정을 앞세우기 전 현재 학생 기자의 위치와 능력을 겸허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포항공대신문은 ‘학생 언론’이 아닌 ‘학교 언론’을 표방하고 있기에 학내 문제나 사회적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이 제한적이어서는 곤란한데, 실제로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오는 제약이랄지 사회 경험 부족으로 인한 한계 등, 폭넓은 시각을 갖는데 있어서 현실적인 난관이 많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기사의 질적 측면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일례로 학원면 기사들은 많은 대학 구성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들을 다루고는 있으나, 논의된 사안에 대한 재해석이나 참신한 시각을 제시하려는 시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내외적으로 이미 어느 정도 논의된 사안에 대한 뒤늦은 정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하다. 그러므로 폭넓은 시각을 갖기 위해 학생 기자는 철저히 배우는 자의 입장으로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학생 자치단체는 대체적으로 의욕이 앞선 출발 후에 제풀에 쓰러져 마무리가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학생 기자는 기본적으로 학생이므로, 학업에 의한 제약으로 인해 기자로서의 생활과 학생으로서의 생활을 효과적으로 병행해나가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포항공대신문사에서는 그동안 편집간사와의 유기적인 업무 분담, 전산작업 전문 기자 채용, 대학원생 객원기자 채용 등 많은 해결 방법들이 강구되어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불필요한 작업은 최대한 줄임으로써 기자가 신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학업 소홀로 인한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하겠다. 포항공대신문의 지면 구성을 살펴보면, 취재 부담이 비교적 적다고 할 수 있는 청탁 기사, 인터뷰 기사, 칼럼 등의 비율이 이전에 비해 높아진 편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고의적 취재 기피로 이어지면 곤란하겠지만, 제작 효율성 측면에서 봤을 때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 기자는 기자이기 전에 학생임을 잊지 말자. 소위 ‘학생이면 학생답게 행동해라’ 라는 고리타분한 얘기를 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이제껏 언급한 내용들은 모두 학생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기자 활동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얘기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자기 성찰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부디 새로이 맞이하는 편집장을 필두로 많은 결실을 이룰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