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선배의 진정한 역할 정립 필요
[지곡골목소리] 선배의 진정한 역할 정립 필요
  • 최현호 / 신소재 01
  • 승인 200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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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가 시작되어 새식구가 된 03학번 새내기들의 모습을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새 후배들을 맞이하게 되어 기쁜 마음도 한편, 주변의 모습들을 보면 자그마한 걱정이 찾아듭니다.

3월은 신입생들이 선배들과 대면하고 새로운 관계를 터나가는 시기입니다. 선후배간에 친목을 다지는 데는 여러 방법들이 있겠지만,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거나,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먹을 것을 사달라고 조르는 것도 선배와 친목을 다지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이죠. 식사를 같이 하거나 함께 술을 마시면서 서로 길고 깊은 얘기도 나누고 웃고 하면서 서로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고, 서로간의 정보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요즘은 주객이 전도되어 선배와 친목을 다진다는 주목적은 사라지고, ‘선배 = 밥줄’ 처럼 인식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이 보이는 듯 합니다. 선배 한 명에게 여러 학생들이 집단으로 붙어 식사를 뜯는가 하면, 모임에 나가기 힘들 것 같다는 선배에게 그냥 돈만 내놓고 가라고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심지어 선배 명단을 만들어 돌아가면서 저녁식사를 사줄 선배 찾아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러한 모습들이 선배들보다는 후배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이런 관계가 지속되어 후배들에게 선배가 3월 달에는 밥줄, 그 뒤에는 그냥 잊혀져 가는 사람으로 밖에 남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선배들도 무섭게 뜯으려고 달려드는 후배들이 질려서 예전보다 애정이 식게되기도 하구요.
이러한 모습들이 나타나게 된 것은 선례를 보여준 선배들의 책임이 크겠지요. 선배들 자신도 후배들을 자신을 뜯는 존재 정도로만 생각하지 않았나 한 번 더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 밥 잘 사주고 잘 대해 주는 것이 좋은 선배가 되는 길이 아니라, 후배들이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한다면 선배답게 따끔하게 충고 및 질타도 하는 것이 올바른 선배의 모습이겠지요.

요즘은 대학 선후배간의 관계도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고들 합니다. 선배가 후배들을 모아놓고 기합을 준다거나 과도한 음주를 강요한다거나하는 모습들은 이미 거의 사라졌고, 선후배간의 호칭이나 여러 가지 학교 생활에 있어서도 선후배간의 엄격한 격식이 지켜지는 관계보다는 친구처럼 편하고 친근한 관계가 보편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편안함 속에서도 선배로서, 후배로서 해주어야 할 각각의 역할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들이 만들어 지려고 합니다. 모두들 새로운 선배, 후배 많이 사귀고, 좋은 인간관계 만들어서 대학 생활 후회 없이 알차게 보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