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是非非] 강의 평가 제도
[是是非非] 강의 평가 제도
  • 김혜리 / 산공 99 & 이은실 / 대학교육개발센터 연구
  • 승인 2002.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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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있는 제도로 확립되기 위해서 평가공개 필요

다른 대학보다 훨씬 빠른 지난 97년부터 강의평가제를 도입해서 시행해 나가고 있는 학교를 4년 동안 다니면서 학기마다 과목 교수님의 강의 방법과 만족도에 대한 점수를 매겨왔다. 심지어 일부 과목은 조교의 강의평가까지도 매 학기 거르지 않고 학과 자체적인 상벌제도를 갖춰놓고 있다니, 효과적인 학습 시스템 구축을 위한 학교 측의 열의에 감사하게 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미국 등의 선진국과 같은 목적과 방법으로 학교가 갖춰놓은 이 제도를 학생들 편에서 잘 이용하고 있지 못하는 듯해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인터넷을 통해 평가를 하게하고, 평가 전에 성적을 확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의평가 의무제까지 실시할 만큼 적극적이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성적 확인만을 위해 성의없이 마우스를 클릭하기도 하기도 하는 것이다. 강의평가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부족과 그에 따른 평가의 객관성 결여는 주객전도의 양상을 띠면서 ‘강의평가 의무제’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까지 만들어놓았다. 스승을 평가하겠다고 학생들이 먼저 나서서 만든 발칙하기까지 한 강의평가를 학교 측에서 의무화하다니 그 형태가 우습다는 이야기이다. 목적과 방법이 좋아서 시작한 제도를 훌륭히 시행하기에는 사용자들의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학생들 스스로 적극성을 가져야 강의평가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학생의 의식부족이라는 문제 이면에는 강의평가제에 대한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한다. 평가 문항을 훑어보면서 드는 의문은, 공개되지도 않는 이 평가는 그저 강의를 맡아주신 교수님에 대한 예의갖추기일 뿐인가 하는 부분이다. 평가결과가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가 학생으로서 궁금하다. 강의의 만족도나 부족한 부분 등을 피드백 받아 다음 강의의 참고 자료로 쓰인다고는 하나, 실제로 결과가 수합되어 교수님들에게 통보되고 있는지, 어느 정도로 참고가 되고 있는지 학생들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강의평가의 처음 목적을 살려 기존 강의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최대한 높여 강의의 질을 향상시키고 교수와 학생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양방향으로 이루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가결과의 공개다. 교수님의 학문 수준이나 수업 내용 자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테크닉을 평가하는 것이 강의평가다. 학생이 자신의 목적에 맞는 수강과목을 선택하기 위해 입소문보다 훨씬 더 객관적인 자료로써 이용할 수 있고, 학생의 수업 참여를 이끄는 강의 형식의 개발에 자극이 된다는 점에서 강의평가의 공개를 대학 교육 활성화의 촉매라고까지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굳이 미국의 많은 일류대학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국내의 여러 대학에서 이미 백서 형식으로 강의평가 결과를 공식 발표하거나 그 결과를 교수 인사에 반영하고 연봉협상의 근거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수업의 독립권 침해라거나 교권탄압, 학생들의 인기에 영합할 우려, 평가하는 학생들의 불성실한 자세 등을 걱정거리가 될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스승의 권위가 침해되지 않는 범위와 형식 내에서 결과 공개가 이루어진다면 학생들이 학점이 후한 정도, 숙제의 양 등에 평가의 기준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시행해도 좋을 것이다. 얼마간의 시행착오가 있다손 치더라도 강의평가 결과가 다른 학생들이 수강과목을 선택하는 데에 참고되고 다음해 수업 방식에 영향을 미치리란 확신을 가지게 된다면 평가의 정확도도 차츰 높아지게 될 것이라 여겨진다.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고 여겨지고 있는 우리 학교의 강의평가제와 그의 의무제를 두고 다시 한번 교수와 학생 양측의 되새김이 필요하다. 면학 풍토가 확립되고 교수ㆍ학생간의 충분한 접촉으로 서로간의 신뢰 역시 남다르다고 여겨지는 상태에서 강의평가제가 지금처럼 유명무실하게 관례처럼 행해지는 뒷모습만 보여서는 시간과 인력이 아까울 뿐이다.

도입과 정착이 앞서고 형식 면에서 선진국형임이 분명한 우리학교의 강의평가제, 교수의 연구활동에 자극이 되고 학생의 면학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내실있는 제도로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강의평가 공개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교수님들과 학교측에 바라며, 좀더 진지하게 한학기를 되돌아보면서 한 문항씩 꼼꼼하게 체크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김혜리 / 산공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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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개선을 위한 피드백 활동 활성화되어야

학생강의평가제도가 지난 ‘90년대 초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 많은 교수들이 ‘교권붕괴’라는 단어까지 연상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었다. 그러다가 학생강의평가제 실시 여부가 대학평가의 지표로 포함되었고, ‘90년대 중반경 여러 대학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면서부터 이 제도가 확산되어서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를 실시하고 있다.

강의평가제도의 필요에 대한 교수들의 인식도 높아져 우리대학의 경우 교수설문조사 참여자중 80% 이상이 학생강의평가를 통해 수업의 효율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응답하였다. 이 수치는 미 연구중심대학의 평균(73.0%)보다 높아서 우리대학에서는 학생강의평가제도가 어느 정도 자리잡았음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다.

학생강의평가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교원들의 태도는 강의평가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되기는 하지만 보다 궁극적인 것은 강의평가제도의 목적을 얼마나 이루었는지의 여부라고 생각한다. 학생강의평가는 크게 세가지 목적으로 나뉘며 그 목적에 따라 각각 다른 형태와 내용의 설문지를 개발하게 된다. 첫째는 수업담당 교수 자신을 위한 것으로 학생강의평가를 통해 수업개선의 방향 및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고, 둘째는 교수업적평가의 목적으로 수업의 효율성에 대해 총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셋째는 수강정보차원, 즉 학생들의 과목선택 및 수강결정을 돕기 위해 이전 수강생들의 강의평가자료를 제공하는 경우이다. 이중 세 번째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는 경우로써 대학본부 차원에서 목적으로 삼는 경우는 국내 뿐 아니라 외국의 경우도 극히 제한적이다. 국외 몇 대학에서는 학생단체가 주최가 되어 이 목적으로 설문지를 개발하고 수합하여 학생들간에 자료를 공유하기도 한다. 우리대학에서 현재 사용하는 설문지는 수업개선을 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세 번째 목적으로 공개하여 사용하기에는 설문의 형태나 내용이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교수, 대학행정가, 학생은 각각의 입장에 따라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목적중 하나를 선호할 수 있겠다. 그러나 대학에서 시행하는 강의평가제도의 가장 기본되는 목적은 이중에서 수업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현재 우리대학에서 사용하는 학생강의평가질문지는 수업개선을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수업 총괄평가를 목적으로 개발한 다른 대학에서는 10개 내외의 문항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우리대학에서는 효율적인 수업의 요소가 되는 여러 영역의 구체적인 문항 20여개를 질문지에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개선 여부를 피부로 느끼고 싶은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교원들에게서는 수업개선의 자료로 필요하나 충분하지는 않다는 의견을 듣게 되는 것은 왜일까? 어떤 면에서의 개선이 필요할까? 가장 큰 이유는 수업개선의 방향을 제시할 다양한 자료나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효과적인 수업의 정의에 따라 가르치게 되므로 그러한 주관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학생강의평가뿐 아니라 다양한 객관적 자료를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수업을 촬영하여 분석한 결과를 제공하거나, 수강학생의 의견을 파악하되 설문지 형식이 아니라 소그룹 인터뷰를 실시하고 분석하여 자료를 제공하는 활동은 좋은 보완책이지만 현재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또한 수업개선을 위해서는 한가지 이상의 강의평가설문지를 개발할 필요도 있다. 현재 인문사회학부의 경우 학문의 특성에 따라 여러 유형(글쓰기, 어학, 체육, 인문사회 일반의 4종류)의 강의평가설문지로 나뉘어 있으나 이공분야는 한가지 유형의 설문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공분야 역시 수업목적(기본개념이해 혹은 비판적 사고력 개발)이나 수업형태(강의중심, 토론 혹은 발표 중심)에 따라 효과적인 수업의 정의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수업개선을 고려한다면 수업담당교수의 필요에 따라 ‘맞춤식’ 설문지를 사용하여 학기중 언제라도 학생들의 피드백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업의 효율성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수업 피드백 자료가 필요하다. 학생강의평가는 수업의 효율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지만 유일한 자료는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여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들에게 다양한 수업 피드백 자료를 제공하는 활동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이은실 / 대학교육개발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