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말만 이공계 살리기인가?
[지곡골목소리] 말만 이공계 살리기인가?
  • 권수길 / 학생선발ㆍ지원팀장
  • 승인 2002.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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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부나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이공계 기피 현상’의 심각성을 자주 언급하면서 그에 대한 대책과 극복 방안을 여러 가지 내어놓고 있다. 그러나 그 대책이라고 나온 방안들을 보면 수험생, 학부모, 이공계 종사자 등 이해 당사자들이나 전체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줄 수 있는 것들은 보이지 않고 사탕발림 정책, 조령모개 정책들만 보여지고 있다.

후진국에서나 생각해 봄직한 이공계 외국 대학원 유학시 국비지원정책이나, 이공계 대학생에 대한 장학금 확대, 이공계 진학 박람회 개최 등 푼돈이나 투자하겠다는 발상은 요즘 학부모들이나 수험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현실을 모르는 임시처방책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안타까움마저 든다.

이공계 살리기를 위해서는 근본적이고도 피부에 와닿는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초과학 분야에서의 획기적 성과를 창출하고 일반 국민들의 이공계에 대한 인식을 확연히 바꾸어 놓기 위해서는 정말 재능있는 소수의 인재나 특성화된 교육연구기관에 집중 투자하여 노벨상 수상자 등 속칭 ‘세계적 스타’를 만들어 내야 한다. 물론 이와 병행하여 이공계 인력의 저변 확대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예를 들면 정부 공무원에 대한 이공계 출신 할당제라든지, 병역문제 해결을 위한 이공계 전문연구요원제도의 확대와 근무기간 단축같은 정책은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문 탐구와 연구에 한창 열중해야 할 이공계 남학생의 경우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병역문제라는 측면에서 볼 때, 병역특례제도는 우리나라의 젊고 유능한 과학기술인력들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기초과학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제도도입시의 취지를 분명히 살려야 한다. 이렇게 병역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청소년들의 이공계 분야로의 진학 유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해당 부처인 교육부와 과기부에서는 이공계 살리기를 외치고 있는 반면 정작 제도를 바꾸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관련부처나 그 산하기관에서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산업기능요원제도가 곧 폐지된다는 소문이 무성하는 등 이공계 위축시키기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본인이 맡은 일 중에도 이와 관련한 업무가 있어 학생들을 대하게 되면, 학업이나 연구 의욕을 떨어뜨리는 사례가 많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껍데기 뿐인 이공계 살리기가 되지 않게 구성원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