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식사
지속 가능한 식사
  • 문병필 기자
  • 승인 2021.01.0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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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의 ‘그린 스타’ 포스터(출처: 미쉐린 가이드 페이스북)
▲미쉐린 가이드의 ‘그린 스타’ 포스터(출처: 미쉐린 가이드 페이스북)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와 지속 가능성
과학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생활 수준의 향상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했지만, 막대한 양의 쓰레기라는 문제를 초래했다. 또한 점점 간편해지는 생활 양식의 편리함에 가려 쓰레기와 환경 오염 같은 문제들은 경시된다. 이런 이유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모든 자원과 제품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 궁극적으로는 어떤 쓰레기도 버리지 않도록 하는 원칙인 ‘제로 웨이스트’가 대표적인 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플라스틱은 없어서는 안 될 재료이지만 쓰레기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서 2017년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0t에 육박하고, 생활 폐기물 중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율은 520 만t으로 약 50%를 차지한다. 그 원인은 많은 일회성 용기와 포장재들이 플라스틱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이렇게 일회성으로 쓰이고 버려지는 쓰레기를 없애자는 취지다. 한편 지속 가능하다는 것은 특정한 과정이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쓰레기 처리를 위해 쓰레기 매립지를 만들고, 바다에 쓰레기 섬이 만들어지는 상황은 우리가 지속 가능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친환경적인 식탁, 그린 스타
세계적인 음식점 평가 기구인 미쉐린 가이드는 2020년부터 지속 가능한 미식을 추구하는 식당에 ‘그린 스타’를 부여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그린 스타를 도입한 이유는 △지역 제철 식자재 사용 △에너지 감소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 가능한 미식’을 실천하는 식당을 선정해 다른 식당과 고객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미쉐린 그린 스타에 선정된 국내 두 곳의 식당은 ‘황금콩밭’, ‘꽃, 밥에 피다’이다. ‘황금콩밭’은 2013년에 개점한 두부 전문점으로, 산지에서 수확한 알찬 콩으로 매일 아침 두부를 만들고 청국장을 띄우는 가게이고, ‘꽃, 밥에 피다’는 유기농, 친환경 식자재와 제대로 발효시킨 전통 장을 판매하는 한식 식당이다. ‘꽃, 밥에 피다’의 송정은 대표는 “생활 환경 변화에 부응하며 음식을 전달하는 다양한 채널을 만들고, 친환경 식자재를 판매하는 마켓과 보자기 꽃밥을 테이크아웃 하는 전문점을 함께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식당도 있다. SILO라는 식당은 영국 최초이자 유일한 제로 웨이스트 식당이다. SILO는 밀 제분, 맥주 양조, 커피 로스팅을 직접 하고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버섯을 재배하기도 한다. 이 식당은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사용해 자연을 위한 거름으로 사용하며, 영수증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종이 대신 이메일로 영수증을 발송하고 빵을 담는 접시는 재활용한 플라스틱 백을 사용한다.

적극적 환경 보호를 위해
그린 스타 제도가 시사하는 것은 환경 문제에 대한 개선은 일상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MBC 뉴스데스크 2018년 9월 3일 보도에 따르면, 국내 시판 중인 소금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사례가 있다. 또한, UNEP(유엔환경계획)의 2016년 보고서에 의하면,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 플라스틱은 세포벽을 통과해 태반과 뇌를 포함한 모든 기관 속으로 침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환경 오염은 이미 충분히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많은 사람이 청결하고 간편한 생활 양식의 발달 덕분에 환경 오염을 체감하지 못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한 환경 파괴는 △미세먼지 △미세 플라스틱 △상수도 오염 등의 직접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환경 보호를 실천해야 할 때다. 갑자기 쓰레기 없는 삶을 살기란 쉽지 않겠지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기업들의 제품을 구매하다 보면 환경 보호에 쉽게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음료 브랜드 스프라이트는 2020년까지 재활용 가능한 소재의 사용량을 50% 증가시킬 계획이었고, 파타고니아는 사람들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 병이나 헌 옷 등에서 추출한 재생 폴리에스터를 사용해 아웃도어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그린 스타에 선정된 식당에서 식사해 보는 것도 친환경 시장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환경 문제는 정말로 멀리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낭비하는 삶을 경계할 때, 인류는 지구와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