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1호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때’를 읽고
제421호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때’를 읽고
  • 이아현 / 생명 19
  • 승인 2021.01.0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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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한국’ 하면 떠오르는 말 중 하나다.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며 ‘빨리빨리’는 한국인의 특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각종 산업 부문에서도 잘 나타난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1위, 10분 만에 배달 오는 짜장면, 오전에 주문하고 오후에 받을 수 있는 택배처럼 말이다. 한국인의 기질적 특성인지, 문화적 특성인지는 몰라도 이런 빠른 서비스들은 소비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필자도 한국인의 빠름에 자부심을 느끼며 각종 배달 서비스를 마음 편히 이용해왔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외출 횟수가 줄어들면서 다양한 품목을 배달 서비스를 통해 편리하게 받고, 빠른 배송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뉴스로 접한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소식은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택배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작업 시간은 12.1시간으로, 이는 법정 근로 시간인 8시간의 1.5배를 초과하며 연장 근로 시간을 웃도는 수치다. 그런데도 택배 노동자는 산재 보험의 적용 제외에 대한 압력을 받거나 택배 분실에 따른 책임을 온전히 지기도 한다. 이런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택배 물량의 급격한 증가와 수수료 인하는 택배 노동자들을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로 내몰았다. 배달 서비스 경쟁 가속화에 따른 수수료 인하와 현재의 노동 형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근로기준법으로 인해 택배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휴식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10명 중 7명의 사람이 택배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택배 지연과 배송비 인상에 동의한 것과 달리, 월 소득이 300만 원 이상 보장되는 업무이고 노동자 본인이 그 업무를 선택했기에 민간 부분에서 자연스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선택은 사회적 압력과 개인적 배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선택을 온전히 개인의 주체적인 결정에 의한 것으로 보는 것은 다소 편협한 시각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높은 보수가 항상 건강과 가족과의 시간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택배 노동자들과 같은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안전망이 제공돼야 하며 이를 위해 새로운 산업, 노동구조를 반영하는 형태로의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내게 주어지는 혜택 그 너머의 기반에 무엇이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있을 것이다. 택배의 빠른 도착보다 택배 노동자의 휴식이, 무한 경쟁보다는 지속 가능한 형태의 노동이 더 가치 있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무료한 일상에서 가장 기대되는 일 중 하나인 택배. 인내심을 갖고, 부푼 마음을 조금만 더 오래 간직하며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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