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불법복사나 복제 근절 현실상으론 어렵다
[지곡골목소리] 불법복사나 복제 근절 현실상으론 어렵다
  • 이창수 / 전자 01
  • 승인 2002.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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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내회보에 공지된 도서 불법 복사 및 복제 근절을 위한 협조 요청에 관한 글을 보았다. 문화관광부에서 9월부터 대학가를 중심으로 도서 불법 복사 및 복제에 대한 일제 단속을 계획하고 있다며, 대학구성원들에게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복제 및 복사된 도서들을 판매 구입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리고 대학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성원 개개인 및 입주업체가 주의해 달라는 말이 덧붙어 있었다.

21세기 지식정보산업의 근간으로 인식되는 출판산업의 발전과 출판물 저작가들의 창작활동을 보호하기 위해서 대학교재나 전문서적 등과 같은 학술 출판물을 무단 복제하는 관행을 없애고 출판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이 일은 적극적으로 협조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해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자는 취지에 한걸음 다가가게 되면 모두가 좋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도서관 6층은 복사제본실(공지문에서 지칭하는 입주업체)로 운영되고 있으며, 제본은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사용하고 있다. 제본실이 운영되는 이유는 개인적 용도나 기타 이유에서 연구에 쓰이고 있는 자료들을 책으로 만들거나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주된 용도는 책을 복사하는 것이다. 대개 절판으로 인해 구하기 힘들거나 값이 매우 비싼 책들을 제본하는 것으로 안다. 물론, 저작권을 침해하는 복사도 없을 리 없다. 도서관의 책을 들고 가서 신청하기만 하면 복제하여 제본해 주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업교재를 제본한 책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1학년 때 화학실험교재로 썼던 책과 물리실험교재로 썼던 책, 전산 수업과 실습 교재로 썼던 책들 모두 제본한 책을 교재로 썼었다. 전자과 2학년 회로이론과 전자회로1의 교재로 쓰고 있는 책들도 모두 제본한 것이다. 경제사상사를 수강하고 있는 학생일 경우는 교재를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구할 수 없다. 교수님이 가지고 있는 책을 복사 제본해서 수업을 듣는다. 유기화학 실험에 쓰이는 교재도 일괄적으로 제본한 것을 구입한다. 이러한 제본된 책을 교재로 쓰는 것 또한 원저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러나 이렇게 현실적으로는 제본이 행해질 수 밖에 없는데도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하듯 불법복사를 하지 말아 달라고 학교 구성원에게 말하면 어떡하는가. 그에 따르자면 제본실 출입금지를 하든지 아니면 제본실을 없애야 하는 것 아닌가.

교내에서 원서를 복사해서 사용해야만 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학교는 이 상황을 인정하고 일방적으로 불법복사를 하지 말아 달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학생과 교수님들과의 협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