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명예제도 도입의 관건은 학생들의 자존심
[지곡골목소리] 명예제도 도입의 관건은 학생들의 자존심
  • 방승양 / 컴공 교수
  • 승인 2002.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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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명예제도에 대한 추진운동이 활발해졌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너무 늦었다는 생각도 든다. 명예제도 도입은 우리대학에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더 나아가 세계 최고를 표방하는 우리대학으로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명분론을 떠나 부정은 실제 어떤 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상황은 대학이나 일반사회나 마찬가지이다. 우선, 부정은 정직한 사람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조직 전체의 성장, 발전에 악영향을 준다. 둘째 결과에 대한 왜곡을 가져온다. 성적을 믿을 수 없게 만든다. 셋째 부정행위를 막는데 들어가는 노력이 많아진다. 이것은 조직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이렇듯 명예제도의 필요성은 명백하다. 부정행위는 일반사회와 마찬가지로 대학사회에서도 그 구성원 모두를 희생자로 만든다. 몇 년 전에 일본 동경대 총장이 일본 국민에게 사과한 적이 있다. 일본 고급 관료들이 관여한 부정부패사건이 연이어 적발되었던 것이다. 그 고급 관료들이 주로 동경대 출신들이었기에 동경대 총장이 자기들이 교육을 잘못한 탓이라고 국민들에게 사과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는데 제일 큰 걸림돌의 하나가 부정부패이다. 선진국에선 지도자가 고작 몇 백만원의 공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몇 억원씩 왔다갔다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대로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위 사회 지도층의 부정부패가 문제가 된다.

우리대학은 개교 때부터 소수의 선택된 사람만을 교육해왔으며 앞으로도 이 원칙은 유지될 것이다. 소수정예 교육의 목표는 바로 우리나라의 지도자(그것이 우선은 이공계 분야를 뜻한다고 하더라도)를 키운다는 것이다. 미래의 사회 지도자가 될 우리학생이 대학시절부터 높은 도덕성과 정직, 청렴 정신을 키우고 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명예제도는 결국 학생들의 자존심의 문제이다. 우리학생들이 그만한 자존심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결국 자존심이 있으면 하는 것이고 없으면 할 필요도 없고 또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