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짜리 재미 ‘밈’, 광고계를 뒤집어 놓으셨다
15초짜리 재미 ‘밈’, 광고계를 뒤집어 놓으셨다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0.07.0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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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미경을 내세운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 광고 장면(출처: 알바몬TV)
▲가수 박미경을 내세운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 광고 장면(출처: 알바몬TV)

사람들이 15초 남짓한 짧은 영상에서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올해 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아무노래 챌린지’ 영상들이다. 지코는 글로벌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과의 마케팅 협업을 통해 ‘아무노래 챌린지’라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했다. 관련 영상은 한 달여 만에 틱톡 조회 수 8억을 돌파했으며, 이효리, 화사 등 톱스타들이 동참하면서 열기를 더했다. 지난 1월 13일에 발매된 이 노래는 ‘아무노래 챌린지’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 음원 차트 1위는 물론 미국 빌보드 디지털 송 차트 4위까지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이 ‘아무노래’ 열풍과 함께 새로운 인터넷 문화 ‘밈 컬쳐’가 주목받고 있다.
‘밈(Meme)’이라는 용어는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창안했다. 그는 유전자가 자기 복제를 통해 확산하듯이, 모방을 통해 세대를 거쳐 전파되는 ‘문화적 유전자’가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것을 모방을 뜻하는 그리스어 ‘Mimesis’와 유전자를 뜻하는 ‘Gene’의 합성어 ‘Meme’이라 정의했다. 비슷한 맥락으로 인터넷이 보편화 된 90년대 후반, 인터넷상에서 문화적 파급력을 가진 짧은 콘텐츠를 도킨스의 용어를 빌려 ‘인터넷 밈’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아무노래 챌린지’ 역시 강한 문화적 파급력을 가진 인터넷 밈인 셈이다. 이 마케팅으로 음원이 큰 인기를 끌면서, ‘아무노래 챌린지’는 국내에서 인터넷 밈을 기반으로 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됐다. 바이럴 마케팅이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소비자 네트워크를 이용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홍보 콘텐츠를 재가공한 후, 빠르게 확산해 홍보 효과를 얻는 마케팅 방식이다. 바이럴 마케팅과 비슷한 방법으로, 인터넷 밈이 캠페인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 2014년 여름,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통해 루게릭병 협회 기부를 독려하는 영상이 인터넷 밈으로 퍼지면서 SNS를 뜨겁게 달궜다. 이 릴레이 기부 캠페인으로 모인 모금액은 1억 1,500만 달러로, 연예인들까지 가세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줬다.
이제 인터넷 밈은 단순히 영상 콘텐츠의 의미를 넘어 청소년들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미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손가락만으로 춤을 추는 일명 ‘손가락 댄스’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것이 유행이다. 아이스크림에듀가 전국 초등학생 5,9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결산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1%가 지난해 가장 유행한 아이템으로 ‘틱톡’을 꼽았다. 이제는 어린아이들까지 인터넷 밈 제작에 동참하면서 틱톡 어플리케이션은 이른바 ‘인터넷 밈 공장’이 됐다. 틱톡의 지난 한 해간 다운로드 수는 총 7억 5,000만 회에 달했으며, 이제는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을 위협하고 있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본인이 직접 촬영하고 제작하는 콘텐츠 말고도 소위 ‘흑역사’라고 불리는 연예인들의 기존 콘텐츠를 패러디하거나 재가공해 인터넷 밈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화제가 된 인터넷 밈들은 대중들과의 친밀감과 검증된 재미로 광고계를 장악했다. 최근 인터넷 밈을 활용해 가장 눈길을 끌었던 광고 중 하나는 가수 박미경이 출연한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 광고다. 지난 2012년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2’에서 박미경의 국어책을 읽는 듯한 어색한 리액션이 화제 돼 이른바 ‘국어책 리액션’이라는 인터넷 밈이 탄생했다. 이는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 확산해 인기를 얻으며 이제는 박미경 하면 떠오르는 인터넷 밈이 됐다. 최근 알바몬 광고에서 박미경이 이 인터넷 밈을 재치있게 패러디하며 큰 홍보 효과를 얻었다. 
인터넷 밈은 남녀노소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 펭수가 대한민국을 들썩이는 스타로 거듭날 수 있었던 숨은 공신이기도 하다. 팬들은 펭수의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캡처하고 재가공해 일명 ‘펭수 어록’을 만들어 공유했다. 이 인터넷 밈은 SNS를 통해 전파돼 더 많은 팬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또한, 특정 인터넷 밈에 대해 아는 사람들끼리 공통된 웃음 포인트가 되면서 팬들끼리 동질감을 느낀다. 이처럼 인터넷 밈은 팬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하나의 ‘팬덤 문화’로 자리 잡았다.
‘BTS와 아미 컬처’의 저자, 문화연구자 이지행 씨는 “다양한 분야의 문화콘텐츠에서 국가·언어 등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어서 즉각적인 독해가 가능한 밈 컬처의 파급력은 더 커질 것”이라며 밈 전성시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 밈의 폭발적인 영향력을 입증한 ‘아무노래 챌린지’ 열풍. 또 어떤 재밌는 챌린지 영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