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가는 사람들
잊혀가는 사람들
  • 유민재 기자
  • 승인 2020.07.0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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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 세 명을 사귀면 성공한 인생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나는 중학교 때 이미 이 인생 목표의 3분의 1을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좋은 친구를 만났고, 평생 함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친구에게 얼마 전,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내일 군대에 간다는 것이다. 같이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이 떠올라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입대를 앞둔 친구에게 밥을 사주기는커녕, 얼굴도 보지 못한 채 간단한 말 몇 마디밖에 해주지  못해 미안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친구는 계속 대구에서 학교에 다녔고, 나는 부산에 있는 학교로 가게 됐다. 친구가 휴대폰이 없었기 때문에 평소에 가끔 이메일을 주고받고, 방학 때마다 얼굴을 보며 노는 게 다였다. 그러나 그것도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핑계지만, 나는 방학 때마다 바빴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친구의 수능 준비에 방해가 될까 봐 만나지 않았다. 수능 전날 밤,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여전히 친구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에 기뻤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친구는 금방 잊혔다.
그렇게 친구를 잊고 살던 내게 그동안 별다른 이야기 없이 갑자기 내일 군대에 간다는 소식은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었고, 친구에게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되돌아보게 됐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 반, 훈련소 생활을 잘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 반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편지를 쓰게 됐다. 편지를 쓰면서 그동안 못 했던 얘기도 많이 할 수 있었고, 중학교 때 그랬던 것처럼 별일 아니지만 시시콜콜한 얘기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편지를 쓰는 와중, 문득 고등학교 친구들도 가장 친한 친구들 외에는 별로 연락을 안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는 연락만 받을 뿐, 내가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진정한 친구 세 명을 사귀면 성공한 인생이다”라는 말이 나랑 잘 맞는 사람 세 명을 찾기가 어렵다는 소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은 이 말이 친구 세 명과 평생 가까이 지내기가 어렵다는 의미로 들린다. 바쁘다는 이유로, 별일 없다는 이유로 연락을 미루면서 가깝던 친구들은 점점 멀어져 간다. 하지만 역시 그것은 핑계일 뿐이다. 친구는 내가 어떤 말을 하든 반가워하며 재밌게 들어줄 것이다. 혹시 지금 잊고 사는 친구가 있다면, 특별하지 않은 말이라도 먼저 연락을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