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곡목소리]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포스테키안
[지고곡목소리]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포스테키안
  • 김현주 / 무학과 02
  • 승인 2002.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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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학번들이 포항공대생이 된 지도 한 달 이상이 지났다. 자기 자신이 대학생이란 것에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대학생이란 새로운 호칭에 익숙해졌을 시점이다. 하지만, 자신이 대학생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학 생활에 적응한 사람은 그리 많아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도 모르게 ‘폐인’의 생활로 빠져들고 있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입학하고 한 달 넘게 생활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였다. 고등학생 때까지의 대학에 대한 이미지는 최대한의 자유와 즐거움이었다. 어떻게 보면 방종이라고까지 보일 수 있는 그런 것이 대학생에게는 허용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학교는 그러한 신입생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아직 적응기간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가장 여유롭다는 1학년인데도 숙제와 시험에 시달려 잠도 제대로 못자는 날이 허다하다. 숙제만 하고 있다보면, 놀러 다닌다던가 취미생활을 즐긴다던가 하는 일은 어느새 꿈같은 일이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02학번 동기들이 모이면 ‘환상이 깨졌다’, ‘속았다’라는 말들을 자주 하곤 한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속았다고 말해도 되는 것인가는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 학교 학생에게는 다른 학교에 못지 않은 상당한 자유가 주어져 있다. 오히려 귀가시간이나 통학거리 등의 제한을 받지 않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겐 활용 가능한 자유가 더 많이 주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부족하다”, “학교생활이 너무 빡빡하다”라고 불평을 늘어놓기 전에 정말 자신이 그만큼 학업에 충실하고 있는가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조금만 더 집중해서 그 일에 매진한다면 본래 들이던 시간의 반, 또는 그 이하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학교 내에는 학생활동이나 동아리 및 취미활동을 열심히 하면서도 학업에 소홀하지 않고 자기 생활을 잘 지켜나가는 학생들도 많다. 그만큼 자기관리를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과 환경을 잘 짜맞추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인생에 있어서 특별한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면 진정한 대학생의 특권을 누리는 것이요, 그저 생활에 쫓겨가며 20대의 귀중한 시절을 유야무야 보낸다면 가치없는 낭비를 하게 될 뿐일 것이다.

아직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자기생활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자유가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주어진 자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그것이 진정 자유로운 대학생으로서 갖춰야 할 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