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방치된 당구장을 또 하나의 놀이공간으로
[지곡골 목소리] 방치된 당구장을 또 하나의 놀이공간으로
  • 이승재 / 화공 96
  • 승인 2002.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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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꼈을 테지만 우리 학교엔 놀이 문화가 부족하다. 학생들끼리 잘 모이지도 않을 뿐더러, 모인다 하여도 거의 하는 일은 똑같다. 먹고 마시기. 그래서인지 몰라도 상당수의 학생들은 여가 시간을 컴퓨터와 함께 보낸다.

지금 체육관 안에 있는 학교 당구장은 몇 년째 먼지가 쌓이며 방치되고 있다. 군대 가기 전인 97년도 1학기까지는 당구장이 꽉 차서 학생들이 상당시간 기다려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당구장은 폐쇄 되었나? 누가 뭐래도 가장 큰 이유는 ‘요즘 학생들은’ 이라는 생각이다. 과거에 복지회에서 학교 당구장을 운영할 당시 여 직원이 상주를 했었는데, 매번 당구를 칠 때마다 치는 사람이 스스로 닦아야 할 만큼 관리가 허술했다. 가끔 대대적인 보수 작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애착을 가지고 항상 관리를 하는 효자시장 당구장들에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당구를 치는 학생들은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효자시장으로 나갔고, 학교 당구장을 이용하는 학생 수는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이에 “요즘 학생들은” 당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선입관이 작용을 하여, 당구장이 폐쇄 되었던 것이다. 당구가 무엇이다 라는 것을 알기도 전에 학생들은 얼굴을 맞대고 즐길 수 있는 놀이 문화와 멀어진 것이다.

현실적으로 당구장을 옮김으로써 활성화 시키자는 제안은 장소의 문제가 따른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듯이 단지 장소만을 옮긴다면, 과거와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당구장을 교내 이발소나 미용실처럼 아웃소싱을 시키자는 대안을 내놓고 싶다. 당구장을 공개 입찰시켜 외부업체를 입주시키는 것이다. 운영시간을 체육관 폐관 시간과 동일하게 하되, 사용 가격을 과거(10분에 500원)보다 높이고 학교에서 약간의 인센티브만 준다면 경쟁력을 가질 뿐더러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 또한 상당수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항상 이 같은 일을 제안할 때 문제가 되는 점은 이 의견이 대다수의 학생의 의견인가를 증명하는 것이다. 매번 포스비를 통해 약간의 의견이 있었을 뿐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학교의 놀이 문화를 정립해 나가는 일은 우리 학생들의 몫이다. ‘있으면 좋겠지만 내가 나서서 건의하고 싶지는 않다’라는 소극적인 생각으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지금 팀즈의 게시판 아래에 있는 제안 및 아이디어란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보자. 대학의 놀이 문화를 하나 하나 만들어 나가는 일은 결코 자신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