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혁신이 모이는 곳, CES로 떠나보자!
세상 모든 혁신이 모이는 곳, CES로 떠나보자!
  • 유민재 기자
  • 승인 2020.02.13 2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ES는 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다. 하지만 CES를 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약자가 아니라 그 자체를 고유명사로 봐야 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이제는 단순 가전전시회를 넘어 세계의 혁신을 선도하는 기술들을 전시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27만 ㎡의 전시장에 4,500개의 기업이 최신 기술을 전시한다는 사실만으로도 CES는 세계 최대 기술 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될 2020년을 맞아 기자는 CES 2020을 찾았다. 전시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 그 규모와 화려함에 먼저 놀랐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혁신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점에 다시 한번 놀랐다. 자동차, TV에서부터 침대, 거울, 칫솔까지 인공지능이 적용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기술 변화 속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전시장은 크게 Tech △East △West △South로 나뉜다. Tech East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이하 LVCC)에 위치하며, 여러 대기업이 포진해 있다. Tech West는 LVCC에서 3km가량 떨어진 샌즈 엑스포에 위치하며, 대부분 스타트업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는 우버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 비행체인 S-A1을 선보였다
현대는 우버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 비행체인 S-A1을 선보였다

 

Tech East : 자율주행부터 하늘 나는 자동차까지, 미래의 교통수단은?
이번 CES의 핵심 화두는 역시 자율주행이다. 무선 전화 통신 기업으로 유명한 Qualcomm이 스마트폰 칩이 아닌 자율주행 플랫폼을 들고나왔을 정도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은 이제는 단순히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많은 기업이 ‘차가 스스로 움직인다면 사람은 차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한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BMW는 차량 내부 공간을 호텔 스위트룸 형태로 꾸미는 등 앞으로는 자동차가 단순 교통수단을 넘어 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다른 한편에서는 자율주행 차가 변화시킬 미래 도시의 모습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토요타는 △자율주행 자동차 △보행자 △개인형 모빌리티 서비스가 공존하는 친환경 미래 도시인 우븐 시티(Woven City)를 선보였다. 자동차가 아닌 사람 위주의 새로운 도시를 설계함으로써 자율주행 기술 적용이 어려운 기존 도로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차량과 사물 간의 정보 통신 기술인 V2X 역시 크게 발전했다. 이에 따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즉 하늘을 나는 자동차, 플라잉 택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현대는 우버와 함께 플라잉 택시 중심의 항공 모빌리티 생태계를 제시했고, 미국의 헬리콥터 제조사 벨은 플라잉 택시의 프로토타입인 ‘벨 넥서스’를 선보였다. 공중이 도로보다 변수가 훨씬 적기 때문에,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플라잉 택시를 먼저 보게 될 가능성도 높다.

▲Google은 기술을 전시하는 대신, 자신들이 고객을 얼마나 즐겁게 해주는지 알리는 체험존을 운영했다
▲Google은 기술을 전시하는 대신, 자신들이 고객을 얼마나 즐겁게 해주는지 알리는 체험존을 운영했다

 

Tech West : 코앞까지 온 사물인터넷 시대
Tech East가 삼성과 LG의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했다면, Tech West에는 직접 체험할 거리가 많다. 가장 재밌었던 기술은 오랄비의 인공지능 전동칫솔이다. 스마트폰과 연동된 칫솔로 양치를 하게 되면 인공지능이 이를 닦고 있는 위치를 인식해 지금 어떤 부위를 닦고 있는지, 또 얼마만큼 닦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랄비 본사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양치습관에 대해 피드백을 해준다. 
수면 관련 기술 부스도 꽤 많이 찾을 수 있는데, 사용자에게 최상의 수면 상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스스로 각도와 온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침대를 체험해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웨어러블 의료기기와 스마트홈 부스가 있다. Tech West가 위치한 샌즈 엑스포의 1층은 유레카 파크로, 스타트업을 위한 전시공간인 만큼 창의적이고 재밌는 제품이 많다.
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던 CES 2020
기존의 CES가 당장 상용화 가능한 기술을 전시했던 것에 반해, CES 2020은 앞으로 10년간 발전할 기술의 방향을 미리 제시했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특히 대기업은 완성된 제품이나 기술보다는 기업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그려나갈 미래의 모습을 보여줬다. 예를 들어 현대와 토요타는 차를 전시하기보다 모빌리티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제시했다. CES 2019에 등장했던 폴더블 스마트폰과 같이 기술적으로 혁신적인 제품이 없었던 점은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이는 무조건적인 기술의 발전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의 발전을 지향하는 긍정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이처럼 CES 2020은 미래 기술의 진화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CES를 다녀온 후 훨씬 넓은 시각을 갖게 됐다. 예전에는 기술을 공학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봤다면, CES 견학 후에는 한 기술이 다른 기술에 미칠 영향,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 기업이 이 기술을 개발하려는 이유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려한 기술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었던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내년 겨울에는 다들 CES 2021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