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제품 사고파는 리셀(Resell) 문화
한정판 제품 사고파는 리셀(Resell) 문화
  • 이민우 기자
  • 승인 2020.01.0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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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인기를 끈 지드래곤의 신발(출처: HYPEBEAST)
▲엄청난 인기를 끈 지드래곤의 신발(출처: HYPEBEAST)

 

지난 11월 23일, ‘나이키’와 ‘피스마이너스원’의 협업으로 ‘나이키 에어 포스 1 파라-노이즈’라는 한정판 신발이 발매되면서 신발 마니아들을 흥분시켰다. 군 복무를 마친 피스마이너스원의 수장 지드래곤의 스타성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한정발매 후 엄청난 가격에 되팔리고 있다. 지드래곤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패션 마니아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이슈화되면서 이른바 신발 재테크를 표방하는 ‘리셀(Resell)’이 화제다.
리셀이란, 말 그대로 ‘다시(Re)’와 ‘팔다(Sell)’의 합성어로 ‘나이키 에어 포스 1 파라-노이즈’와 같이 주로 한정판으로 발매된 인기 있는 제품들을 사뒀다가, 웃돈을 받고 되파는 것을 의미한다. 중고잡화를 거래하는 중고거래 사이트와 같은 되팔기도 리셀의 범주에 포함되는 개념이지만, 최근에는 주로 한정판의 제품을 고가에 되파는 행위를 리셀이라고 부른다. 이런 한정판 제품들은 주로 의류회사들의 협업으로 발매되기 때문에, 중고 의류 시장에서 성행한다. 우리나라는 네이버 중고거래 카페를 통해 이뤄지는 편이며, 해외에서는 △Grailed △StockX △eBay 등의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는 편이다. 우리나라 마니아들도 해외직구를 통해 이런 사이트들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왜 정가보다 훨씬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그런 제품을 구하려고 하는지는 ‘나이키 에어 포스 1 파라-노이즈’의 사례로 알아볼 수 있다. 첫 번째 요인은 ‘희소성’이다. 파라-노이즈의 경우 많은 이들이 온라인 광고를 통해 페인트, 붓, 스프레이를 들고 있는 지드래곤의 모습을 봤을 것이다. 영상 속 지드래곤은 스니커즈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린 후 검은색 페인트로 덮어버린다. 신고 걸을 때마다 그 페인트가 조금씩 벗겨지면서 원래 그림이 조금씩 나타나는 아이디어다. 이뿐만 아니라, 피스마이너스원의 데이지 로고, 붓으로 쓱 칠한 듯한 페인트 자국이 남겨진 미드솔은 이 스니커즈의 희소성을 극대화한다. 대부분의 한정판 제품들은 협업한 회사들의 로고를 새기고, 검은색 페인트를 덮어버리는 정도의 기발함은 아니지만, 새로운 형태의 아이디어를 적용한 신발들이다. 일례로, 스니커즈 회사 컨버스와 패션 레이블 J.W. 앤더슨의 협업으로 발매한 ‘런스타 하이크’는 하이킹 부츠를 연상시키는 두툼한 아웃솔로 엄청난 인기를 얻어, 한정판을 재발매하지 않기로 유명한 컨버스를 8달 만에 재발매하게 했다.
두 번째 요인은 ‘그루밍족과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의 발달’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루밍족’이란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이들은 자신을 가꾸기 위해 피부와 머리카락, 치아 관리는 물론 성형수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그루밍족의 등장 배경으로는 여권 신장으로 인한 남성의 사회적 영향력 감소가 꼽힌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면서 남성의 사회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었고, 이에 따라 신체 자본이라고 표현되는 외모를 잘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사실을 방증하듯 많은 남성 패션, 미용 유튜버가 인기를 누리고 있고, 남성 패션, 미용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지라르는 ‘욕망은 개인적인 것이 아닌 타인의 것이다. 욕망하는 개인은 타인을 중개자로 삼아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며 욕망의 삼각형 이론을 제시했다.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에서는 서로의 구매목록이나 명품, 한정판 제품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욕망의 삼각형’에서 욕망을 매개해줄 중개자들이 많아지고 접근성도 좋아진 것이다. 혼자였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대상이지만, 타인의 욕망을 모방해 자신도 욕망하게 되고 비싼 한정판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수익 지향적인 리셀 문화를 자본주의 시장 전략의 후유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지속 가능한 패션’의 미래로 이끄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의 대형 온라인 위탁, 중고품 판매 사이트 Therdup에 따르면, 패션 리셀 시장은 10년 안에 패스트 패션 시장의 1.5배 정도 크기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 패션은 최신 유행을 채용하면서 저가의 의류를 짧은 주기로 대량 생산 판매하는 패션 업종을 가리키는 말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지만, 의류를 버리는 일이 많아서 환경문제와 관련된 비판을 받는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클라인은 자신의 저서 ‘The Conscious Closet’에서 “리셀은 죄책감이나 낭비없이 패스트 패션이 가지는 옷장 바꾸기의 재미를 제공한다. 일회용보다 고품질의 의류를 선호하기 때문에, 리셀은 우리의 스타일과 지구에도 이득이 된다”라고 말했다. 즉, 리셀은 패스트 패션에서 얻는 소비자의 스타일과 취향을 맞추는 이득을 챙기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수익만을 노리고 한정판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많다. 하지만 리셀 문화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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