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로 얼룩진 실시간 음원 차트, 폐지가 답일까
사재기로 얼룩진 실시간 음원 차트, 폐지가 답일까
  • 김영현 기자
  • 승인 2020.01.05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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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유명 페이지에 게시된 노래 홍보글(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시간 훅가는 페이지’)
▲페이스북 유명 페이지에 게시된 노래 홍보글(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시간 훅가는 페이지’)

 

지난해 11월 24일 유명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멤버 박경이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는 가수들의 실명을 거론해 화제가 됐다. 자신의 글이 논란이 되자 박경은 글을 삭제했지만, 이전부터 문제가 돼왔던 사재기 논란에 불씨를 붙이기에는 충분했다. 박경에 이어 다른 가수들도 시상식 수상소감이나 개인 SNS를 통해 사재기에 대해 에둘러 비판을 하거나 노래 가사로 사재기를 저격해 논란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가요계의 사재기 논란 언제부터였나
사실 가요계의 사재기 논란은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고질적 문제다. 음원이 보편화하기 전 이미 음반으로 사재기 행각이 이뤄졌었고, 음원이 음악을 소비하는 주된 방식이 되면서 사재기의 대상이 음원이 됐다. 현재 사재기가 논란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은 가수들이 음원 차트의 상위권에 위치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이런 사례가 증가했는데 가수 닐로와 숀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닐로의 경우는 6개월 전 신곡의 순위가 급격히 상승해 사재기 의심을 샀고 숀의 경우도 곡을 발매한 후 10일 뒤에 음원 차트에 진입하고 열흘 뒤에 1위를 차지해 논란이 됐다. 닐로와 숀 측은 바이럴 마케팅의 성공적인 결과라며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고 결국 닐로와 숀 측 소속사에서 직접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사재기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문체부 측에서는 사재기에 대해 행정기관이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고 데이터 분석으로만 사재기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 이에 대한 의혹을 벗지 못했다.

사재기, 의심의 이유는 무엇인가
사재기 의혹을 받은 가수들은 사재기에 대해 모두 극구 부인하지만 대중들이 그들을 의심하는 데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일단 논란의 대상이 되는 곡이 음원 차트에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이 가장 적은 시간대인 새벽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보통 새벽에는 팬이 많이 형성된 가수들의 곡이 상위권을 차지하는데 사재기 의혹을 받는 가수들은 거대 팬덤을 가진 가수들을 제치고 상위권을 기록한다. 또 사재기 의혹을 받는 곡이 모든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골고루 상위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사이트에서만 상위권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마다 고객들의 취향이 다를 수 있지만 한 사이트에서는 아예 음원 차트에 진입조차 못 하고 다른 사이트의 음원 차트에서는 극상위권 순위를 보여준다면 이는 사재기 의혹을 부를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논란이 된 가수끼리 같은 소속사인 경우나 공통적인 유명 페이스북 페이지에 홍보된 경우, 실시간 음원 그래프에서 의혹을 살만한 급격한 상승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사재기, 과연 어떻게 이뤄지나
그렇다면 이런 사재기는 어떻게 이뤄질까? 음원 사재기의 종류는 크게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으로 나뉜다. 다운로드의 경우는 유령 ID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계속 다운로드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스트리밍의 경우는 여러 대의 휴대폰을 이용해 계속해서 스트리밍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현재 사재기 전문업체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고 사재기 제안을 받았다는 여러 가수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음을 고려해 봤을 때 사재기가 가요계에 얼마나 많이 퍼져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판단하기 어려운 사재기, 대안은
가요계의 고질적인 음원 사재기 문제로 인해 2016년에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지만, 사실상 사재기 여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 법은 유명무실하다.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측에서도 사재기 문제의 해결책으로 오전 1시에서 7시 사이에 실시간 음원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 제도를 도입했지만 음원 차트가 멈추는 것을 역으로 이용할 우려가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음원 차트를 재생해 듣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사재기가 일어나는 것이라며 아예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해결책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음원 차트는 대중들에게 실시간으로 인기 있는 곡들을 추천해주고 음악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재기가 계속해서 일어난다면 실시간 차트는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 또한 사재기에 대한 유혹이 더욱 커져 사재기를 행하는 가수들이 더 많아지게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사재기해도 노래만 좋으면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결국 사재기는 불법 행위다. 그리고 그 행위로 인해 소비자와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문체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선 이른 시일 내에 사재기 행위를 막을 법과 제도를 마련해 다른 아티스트들의 노력과 소비자의 권리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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