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땐 어린이였다
누구나 한땐 어린이였다
  • 정유진 기자
  • 승인 2020.01.0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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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웹서핑을 하다 이런 글을 봤다. ‘아이 데리고 겨울왕국2 보러 가도 될까요?’, 영화 ‘겨울왕국2’를 아이들과 보러 가고 싶지만 망설여진다는 내용이었다. 전체관람가로 개봉한 영화를 보러 가는 데 망설이는 이유는 어른에게 있었다. ‘겨울왕국2’ 상영관에서 아이들이 돌아다니고 떠들어 관람에 방해가 된다며 어른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주경제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0대 영화 관람객 중 79%가 아이들로 인해 방해를 받았다고 답했으며 노키즈존(No Kids Zone) 상영관 도입에 대해 62%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겨울왕국2’로 다시 노키즈존 논란이 불붙은 것이다. 
‘겨울왕국2’는 나 역시 개봉하자마자 보러 간 영화다. 예매 당시, 나는 영화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으로 아이들이 없을 법한 자막 상영, 평일 조조 영화를 예매했다. 그렇게 찾아간 상영관엔 당연히 대다수가 어른이었고, 아이는 찾기 힘들었다. ‘아이가 없어서 다행히 영화에 잘 집중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 불빛이 신경을 거슬렀다. 그 후, 뒷좌석의 사람이 내 자리에 발을 대는지 좌석이 쿵쿵 울렸다. 결국,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하고 상영관을 나오면서 깨달았다. 내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는 존재에 대해 불쾌함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왜 영화관에서의 그 불쾌함은 아이들에게 집중된 것인가. 큰소리로 일행과 이야기하거나, 냄새가 심한 음식을 먹거나, 급기야 전화하는 등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주로 어른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이 피우는 소란에만 집중해 노키즈존을 요구하고 있다. ‘겨울왕국2’가 아이들을 주 관객층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임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데 가족의 도움 외에도 마을의 연대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모두 한때 아이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아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건네야 한다. 영화에 집중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시끄럽게 방해하면 짜증이 나는 건 당연하고, 그걸 참게 만드는 게 연대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엔 이런 의식이 아직 자리 잡지 못했고,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을 차별하고 혐오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어른은 줄 것이고, 어쩌면 아이가 없어 우리나라 전체가 노키즈존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막 어른이 됐다. 그리고 어른이 되자마자 아이들의 목소리엔 관심을 끄고 ‘그냥 어른’이 돼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아이였고,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이해 속에서 자랐다.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기 시작하며 혐오를 없애고 인류 보편의 가치와 원칙을 준수하는 일이 너무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조금이라도 민폐를 끼치면 바로 격리하는 차별과 배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각자의 권리를 보장해달라 주장하기 전에,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한 걸음 뒤로 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