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와 생활의 선순환이 일어나면 좋겠어요”, 서종철 교수 인터뷰
“연구와 생활의 선순환이 일어나면 좋겠어요”, 서종철 교수 인터뷰
  • 김성민 기자
  • 승인 2019.12.05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자집합체 구조화학 연구실의 서종철(화학) 교수
▲분자집합체 구조화학 연구실의 서종철(화학) 교수

 

연구 분야와 그 분야를 선택한 계기는?
하나의 분자나 분자 집합체가 아닌 그사이의 ‘중간체’를 다루는 연구를 하고 있다. 중간체는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하고, 용매 등과 섞여 있어 연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중간체를 제대로 알면 미세먼지 입자의 형성, 치매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의 응집 원리 등 중요한 기전들을 밝혀낼 수 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기체상 질량분석을 통해 중간체의 질량과 화학적 구성을 파악한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용매로부터 중간체만 분리해 낼 수 있으므로, 기존 방법보다 훨씬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선명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질량분석을 접한 계기는 학부 연구참여였다. 학부생 때 기숙사에서 컴퓨터를 도둑맞았는데, 그 사연을 학내 게시판에 올렸더니 지도교수님께서 연구참여와 소정의 인건비를 제안하셨다. 그 연구가 이어져 박사과정 때는 질량분석으로 생체분자의 양을 측정하는 연구를 했고, 박사후과정 때는 질량분석을 이용해 분자의 구조를 밝혀내는 연구를 했다. 지나고 보면 계획을 철저히 세운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그저 ‘이 분야가 흥미로운데 한 번 연구해볼까’하는 정도의 선택이었다.

교수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상당히 일찍부터 학계에 남고자 했다. 질량분석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고, 이 연구를 계속하고 싶었다. 자율적인 삶을 살고 싶고, 내 연구를 누군가 이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학자의 삶을 살기로 했다. 물론 학위를 받은 이후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하고 싶은 연구를 스스로 찾아 학생들과 같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학계에 계속 남아있을 힘을 줬다. 
삶에서 자세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대학원 생활 때 자세한 계획을 세우면 그것이 이뤄지지 못했을 때 상심하기 쉬웠다. 그래서 목표만 제대로 설정하고 스스로 제대로 가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또, 박사후과정 생활을 외국에서 하면서 힘든 시절을 견딜 때 아내가 큰 도움을 줬다. 아내는 건실한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독일로 왔는데, 만약 혼자였다면 생활과 연구를 동시에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힘든 시절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박사 학위를 받고 같은 연구실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을 때 미래가 가장 걱정되고 힘들었다. 힘든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게임을 조금 하거나, 연구실 사람들과 배드민턴을 치거나,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고, 연구에 다시 집중할 수 있었다. 연구실 생활 초반 10년 동안은 슬럼프에 빠질 때 조바심이 생겨 연구에 더 매진했지만, 그러다 보니 삶이 망가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연구와 휴식 시간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지금 운영하는 연구실에서도 연구실 학생들이 연구와 휴식을 분리할 수 있게 한다. 토요일 출근은 자율적으로 하되, 일요일 출근을 ‘금지’하는 것이 그 한 가지 방법이다. 휴식시간도 보장할 수 있고, 주중에 더 집중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분자집합체 구조화학 연구실 전경
▲분자집합체 구조화학 연구실 전경

 

연구를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우선은 끈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구 분야 밖의 세미나나 학회도 부지런히 참가해 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나는 대학원에서 Science지를 종이책으로 구독했었다. 책을 훑어보며 다양한 분야의 최신 소식을 접할 수 있어 연구에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연구를 잘하기 위해선 사실 운도 중요하다. 박사후과정으로 막스플랑크연구소에 갓 임용됐을 때 마침 좋은 연구시설이 가동을 시작했다. 우수한 장비와 그 장비를 직접 개발한 동료와 함께 연구하다 보니 결과가 잘 나올 수 있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문화는 어땠는가?
신참 연구원들이 모르는 부분에 대해 당당하게 ‘당신(선배 연구원)이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 모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인상 깊었다. 그렇게 모르는 것을 감추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배우니, 떠날 때는 훌륭한 연구자가 됐다. 그리고 연구책임자는 연구 결과 면담 시간에 우선 칭찬을 하고 고칠 점을 알려줬다. 개인의 자존감을 배려하는 문화였다. 일과시간에만 일하고 일찍 퇴근하는 것은 물론이었다. 
또, 연구 지원인력이 정규직으로 일하며 전문성을 갖춰, 연구기획 회의에도 함께 참여하고, 실험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연구 장비를 개발해줘서 연구 효율성이 매우 높았다. 부서나 연구소 단위의 각종 행사를 통해 다른 연구를 하는 연구자와도 쉽게 교류할 수 있었고, 공동연구나 장비 공유를 통해 더 영향력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연구실을 만들고 싶은가?
일과 생활의 균형이 잘 지켜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활에서 얻는 좋은 기운이 연구에도 이어지고, 그것이 또 생활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연구실이 됐으면 한다. 또, 아직 세계적으로 중간체를 연구하는 곳이 몇 없는데, 질량분석법을 기반으로 하는 중간체 연구라고 하면 떠오르는 선도적인 연구실, 큰 비전을 갖는 연구실이 됐으면 한다. 그리고 연구실을 졸업하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학계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연구실이 되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