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와 10대 환경운동가
2019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와 10대 환경운동가
  • 손주현 기자
  • 승인 2019.11.08 15: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9월 27일 그레타 툰베리가 참가한 몬트리올 ‘환경 파업’ 집회(출처: EPA=연합뉴스)
▲지난 9월 27일 그레타 툰베리가 참가한 몬트리올 ‘환경 파업’ 집회(출처: EPA=연합뉴스)

 

지난 9월 23일, ‘2019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UN Climate Summit)’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렸다. 회의에는 60여 개국의 각국 정상과 정부 대표단, 시민사회 지도자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번 2019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향후 10년간 45% 감축하고 2050년에는 배출량이 전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들을 상의하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민간과 국가 부문의 행동 강화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열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기상이변 등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자연이 성나있고, 전 세계에서 자연이 분노로 반격하고 있다”라며 “우리가 삶의 방식을 서둘러 바꾸지 않으면 삶 자체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는 문명의 도전에 직면해있다”라며, “상황이 좋지 않고 지구가 고통받고 있지만, 기회의 창은 여전히 열려있고 여전히 시간이 있다”라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여러 인사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여러 의견을 제시했다.

게임 업체도 참여한 환경운동
이번 회의에는 게임 업체들도 참여했다. 유엔 환경 계획(UNEP)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 명의 소비자가 있는 게임 산업이 많은 사람을 환경운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설득시킬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게임 산업도 탄소 배출 감소에 힘을 싣기를 독려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소니(Sony) 등의 21개 게임 업체는 다양한 실행 방안을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탄소 배출 제로’ 정책을 통해 전 세계의 사무실과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줄였을 뿐만 아니라, 모든 기기와 게임 사업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소니는 차세대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제품에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900만 톤 감소시킬 예정이다.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2019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통해 특히나 많은 관심을 받은 한 인물이 있다. 바로,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이다. 그녀는 2019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영국 플리머스 항에서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2주간 횡단해 도착했다. 이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에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지 않는 모습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보여주고자 한 행동으로, 총 4,800km의 바다를 횡단했다. 그녀의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이것뿐만 아니라,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시위(School Strike for The Climate)’를 포함한 여러 운동으로 나타난다.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시위’는 툰베리가 지난해 8월,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시작됐다. 스웨덴 정부가 2015년 산업화 이전 수준과 대비해,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내용을 담는 파리기후협정을 충실히 수행하기를 촉구한 시위는 그녀의 1인 시위로만 끝나지 않았다. 1인 시위 이후,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뜻인 해시태그 ‘#FridaysForFuture’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퍼지면서 이에 공감한 전 세계 청소년들과 환경단체가 ‘기후파업(Climate Strike)’이라는 금요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또한, 현재 ‘FridaysForFuture’는 비영리 기구로 발전해 전 세계 25개국에 지부를 가지고 환경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스웨덴, 독일, 영국 등 유럽 지역과, 인도 등의 아시아까지 총 161개국에서 시위를 진행했으며, 지난 3월 15일에는 전 세계 2,379개 도시에서 188만여 명이 시위에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툰베리의 연설이 담긴 4분 27초 분량의 클립 영상과 함께 올린 트윗에서 “그녀는 밝고 멋진 미래를 고대하는 매우 행복한 어린 소녀처럼 보이고 그녀를 보게 돼 너무 좋다”라고 밝혔다. 이에 여러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녀를 기후변화에 대한 절망과 분노를 표현한 환경운동가가 아닌, 행복한 소녀로 묘사하며 조롱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트럼프는 유엔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것을 촉구하는 열정적인 연설을 한 10대 운동가를 조롱했다”라고 비꼬았다. 프랑스 AFP통신 역시, “트럼프는 툰베리의 열정적인 연설을 조롱하는 트윗으로 소셜 미디어에 새로운 분노를 불러일으켰다”라고 전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2017년, 전 세계 18~35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48.8%가 기후변화와 자연파괴를 가장 심각한 글로벌 이슈로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전쟁(38.9%), 불평등·차별(30.8%)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2018년 국민환경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갖는 환경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5점 만점에 2.50점에 불과했다. 국내외에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와 같은 환경문제가 점점 더 큰 사회적 이슈가 되는 시점에, 10대 환경운동가의 용기 있는 행보는 우리에게 놀라움을 준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우리는 환경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생각하고 반성하게 한다. 사소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일회용 비닐봉지의 사용을 줄이고 개인 컵을 사용하는 등 불편을 감수한 환경친화적 행동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