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훌륭한 과학자’
[독자논단] ‘훌륭한 과학자’
  • 홍비학 / 생명 박사과정
  • 승인 200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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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까지 올 정도면, 적어도 어린 시절 ‘나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어야지’라는 꿈을 꾼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그런 꿈을 꾸고 있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을까? 사실은 ‘과학자’도 되기 어려운 마당에 언감생심 ‘훌륭한 과학자’를 꿈꾸는 것은 과욕일지도 모르겠다.

‘과학’이란 무엇일까?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은 과학의 시작이었던 자연과학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을 연구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것은 ‘과학’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자연과학과 그 출발점은 같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길로 흘러간 점성술이나 연금술도 있다. 이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를 나누는 기준은 ‘과학적 방법론’일 것이다. 어떤 ‘사실’에 대한 접근을 과학적으로 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그 과정을 과학으로 부를 수 있고, 마찬가지로 부를 수 없게 된다.

이것부터 헷갈려버리면 출발선에서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나가는 것과 같다. 진정한 과학의 시작은 ‘과학적 방법론’의 도입부터이며 우리가 배우고 있는 현대 과학은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 방법론을 통한 접근 바로 그 자체이다.

‘Skeptic’이란 단어가 있다. 그리스어가 어원이며, 원래의 뜻은 ‘생각하다’에서 온 단어로, ‘회의론자’를 지칭한다. ‘절대적인 무엇’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욕을 먹기도 하지만, skeptic도 신의 존재, 도덕, 수학적 공리를 인정한다. 다만 그 이후의 ‘논리적이지 않은, 올바르지 않은 전개’를 부정할 뿐이다. 이는 우리가 ‘과학’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질 중의 하나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 ‘과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이 옳고 그른 일인지를, 단지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만이 아닌 가능한 한 모든 분야로 확장시켜나가는 것은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데에도 중요하다.

단지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남기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없다. 학교 정관에 나와 있듯, “인류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과학기술 분야의 지도자”급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라이너스 폴링과 리처드 파인만은 둘 다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최고의 인물들이다.

이때 폴링의 경우는 ‘과학’(노벨 화학상)에 하나 더해서 진정으로 ‘인류와 국가 발전에 기여’(노벨평화상)한 ‘훌륭한 과학자’였다고 할 수 있다. (노벨상 제정 후 지금까지 서로 다른 분야의 노벨상을 각각 수상한 사람은 이분이 유일하다) 거창한 이야기로 흘러갔는데, 요점은 ‘옳고 그름을 분명히 판별하는 자질이 필요하다’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학교 또한 정관에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만큼, 우리들이 이 자질을 길러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주차장 문제를 예로 들자면, 상황을 정확히 공개하고 여러 사람들의 문제 제기에 대하여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절차상의 옳음’ 정도는 추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작은 문제에서도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는 것을 통해 우리들은 학교 정관에 명시되어 있는 “과학기술 분야의 지도자적 인재”의 필수 요건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