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소는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 최수영 기자
  • 승인 2019.10.18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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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말로만 듣던 중고나라 사기를 당했다. 절판된 서적을 구매하려고 인터넷에 글을 올렸는데 책 사진과 함께 제시되는 적절한 가격에 충동적으로 돈을 부치고 난 후 모든 연락이 끊겼다. 판매자가 전화를 받지 않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내게 벌어진 악몽과 같은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중고 거래를 많이 해와서 나름대로 믿을 만하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안거함 속에서 위기는 찾아왔고 대처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사기를 당한 직후 끓어오르는 감정 속에서 대응책을 필사적으로 찾아봤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됐다. 사기꾼 검색 사이트에서 미리 전화번호나 계좌번호를 입력해 봤다면, 사기꾼 조회가 가능했을 터였다. 과연 입력한 전화번호에는 20여 건의 사기 이력이 조회됐다. 왜 일이 끝난 후에야 이 사이트를 알게 됐는지 스스로 한탄했다. 
33,000원의 돈이라 그냥 포기할지 고민했다. 그런 도중 사기 피해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초대됐다. 그중에는 수십만 원의 피해를 본 사람도 있었다. 적은 액수라도 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받았다. 사기꾼이 처벌받고 추가 피해가 더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입출금 명세서, 문자내역을 출력해 수업으로 바쁜 와중 포항남부경찰서로 방문했다. 생애 처음 경찰서로 방문해서 내게 사기 친 범죄자를 잡는 데 일조한다는 생각에 뿌듯했고 쾌감마저 들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일이 이미 잘못된 후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 발전한다고들 한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개선 없이 단지 후회에만 머문다면 언제라도 안타까운 일들은 계속될 것이다. 실패해도 반성하고 2번째의 실패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생산적인 자세가 아닐까. 새롭게 보수된 외양간에는 또 다른 소가 들어가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소의 잃음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사건을 맡은 사이버팀 수사관이 사기꾼의 인적사항을 대부분 확보했다고 연락이 왔다. 그 사람도 크게 잘못돼 무너지려 하는 외양간을 허물고 무구하고 튼실한 외양간을 새롭게 쌓아 올리길 바란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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