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주변을 깨끗이
[지곡골 목소리] 주변을 깨끗이
  • 배성수 / 산공 4
  • 승인 2001.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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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습한 포항의 여름. 졸업을 앞둔 마지막 방학이라 학교에서 보낸 금년 여름도 어김없는 폭염과 지곡동 연못 마을의 모기떼에 시달렸습니다. 이런 여름이면 기숙사 풍경은 정말 가관입니다. 방 여기저기에는 걸치지 않은 옷들이 널부러져 있고 곳곳에 야식을 시켜먹은 흔적들이며 담뱃재가 더해져 최악의 기숙사 풍경을 연출합니다.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이죠.

더위와 모기에 시달리던 이번 여름의 어느 깊은 밤, 친구와 저는 둘이서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시장의 한 당구장을 찾았습니다. 전에도 몇 번 들러서 사장님과 안면이 있었던 까닭에 게임이 끝나고 사장님께서 권하신 술자리를 우리는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마침 곁에 있던 손님 한 분도 참석을 해서 족발을 안주 삼은 조촐한 술자리가 당구장 귀퉁이에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함께 자리를 하신 손님이 우리가 공대생임을 아시곤 한마디 꾸짖고 싶다면서 몇 년전 지곡 동아일보 신문 보급소에서 일했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보급소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바로 수금인데, 그 분 말씀이 겪어본 중에 가장 수금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상대가 바로 공대생이랍니다. 일반적인 수금이 이루어지는 시간에는 학생들이 수업이 있어서 특별히 새벽에 수금을 하러가도, 학생들이 잘 협조해 주지 않아 수금이 어렵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적하고 싶은 건 방의 풍경이라고 하시더군요. 아무렇게나 흩어진 옷가지, 수북이 쌓여있는 담뱃재, 이것저것 잡동사니로 가득한 어지러운 책상, 도저히 공부하는 학생의 방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는 게 그 분의 말씀이었고, 아울러 우리나라 최고의 학부라고 알고 있던 믿음과 기대치에 못 미쳐 크게 실망을 하셨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의 사정을 깊이 알지 못하는 분의 말씀이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그 분께서 선택한 큰 실망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려 저를 비롯한 우리 모두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합니다.

방의 모습이 우리의 생활을 전적으로 대변한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전혀 무관하진 않겠지요. 어느날 예고 없이 찾아온 부모님께 여러분의 평소 생활하는 방을 그대로 보여드릴 수 있으세요? 전 자신이 없습니다. 오늘따라 여기저기 대책 없이 쌓인 쓰레기들과 하나되어 뒹굴고 있는 제 방돌이가 너무 미워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