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는 대학교육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는 대학교육
  • 김상욱 / 생명 교수
  • 승인 2019.09.05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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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공지능 스카이넷은 인간과 전쟁한다. 이에 맞선 대항군의 리더 존 코너는 인간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로봇 T-800을 과거로 보낸다. 대항군 지도자의 엄마가 될 사라 코너는 T-800과 함께 미래에서 온 T-1000에 맞서 싸워 인간의 미래를 지킨다. 1991년에 개봉한 ‘터미네이터2’의 스토리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스토리는 많은 영화와 소설의 소재가 돼왔다. 이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은 인공지능과 맞서 싸워야 한다. 자신의 직업을 지키기 위해서.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많은 직업을 사라지게 만든다면, 우리는 대학 생활을 통해 어떤 능력을 키워야 미래의 직업을 지킬 수 있을까?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 인공지능은 데이터 기반 기계학습을 바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더 빠르고 정교하게 처리한다. 예를 들어 알파고는 수많은 바둑 게임의 경우의 수를 학습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다. 쉬지 않고, 먹지 않고, 잠들지 않고 학습 가능한 인공지능과 우리는 어떻게 싸워 이길 수 있을까? 그런데, 인간은 인공지능에 맞서 싸워 이긴 경험이 있다. 이세돌은 알파고와 맞붙어 한 번 승리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배운 대로 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78번 수를 뒀고 알파고를 당황하게 만들었다”라고 얘기했다.

무의식의 극대화가 바로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다. 인간은 의식의 영역을 이용해 학습하고, 지식을 습득한다. 이를 통해 참과 거짓을 구분한다. 또한 인간은 무의식을 통해 옳다 그르다 같은 답이 모호한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다. 무의식은 오랜 시간 진화과정에 의해 고도화돼 우리에게 장착된 능력이다. 우리 선조들의 다양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무의식으로 유전자 속에 각인된 것이다. 기계학습의 발전이 지난 100년 동안 이뤄졌다면, 무의식의 프로그래밍은 지구상에 생물체가 출현한 이후 38억 년 동안 학습돼왔다. 기계는 맞다, 틀리다 등의 사실 여부는 쉽게 답을 주지만, 옳다, 그르다 등의 가치 판단에 대해서는 답을 주기 어려워한다. 이것은 무의식의 영역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에 대해 해석한 바 있다. 의식은 생각과 인식을 이루고, 반면 무의식은 인간의 정신 활동에서 훨씬 넓은 영역을 차지하며 예측 불가능한 자연스러운 행동을 만들어 낸다. 공포, 사랑, 미움, 위험의 회피 등 무의식은 인간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직 인공지능은 인간 무의식을 따라 하지 못한다. 이는 오랜 진화과정을 통한 프로그램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우 이런 능력을 갖추는 데 오랜 진화과정이 필요했다. 

인공지능도 언젠가는 무의식의 영역에 도전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규칙에 기반을 둔 기계학습이 아닌,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감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무의식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발전은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큰 위험성을 갖고 있다. 의식을 가진 인간이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은 아직 무의식이 어떻게 프로그램돼 있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무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의 개발은 불가능하다. 단지 인공지능이 인간의 무의식적인 행동을 흉내 내는 것은 가능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 역시 어렵다. 인간의 의식적인 행동은 수치화 데이터화가 가능하지만, 무의식적인 행동은 사람마다 다르고, 경우에 따라 달라서 표준화가 어렵다.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판단의 경우,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가? 라고 물었을 때, ‘마음이 이끌어서’, ‘그냥 옳은 행동일 듯해서’라고 답을 할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사람들은 다양한 답을 내놓는다. 무의식의 학습을 통해 기계가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는 것을 프로그램할 수 있을까?

대학을 다니며 다양한 훈련을 통해 무의식의 능력을 최대화하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하자. 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몸이 이끄는 대로 하자. 기계의 머리(CPU)는 뜨겁고 가슴은 차갑다. 하지만, 우리는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할 수 있다. 팀에서 협업할 수 있는 능력, 비판적인 시각과 상상력을 발휘해서 기존 루틴과 다르게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키우고, 경험을 통해 기계 학습이 불가능한 능력을 극대화하자. 미래의 직업은 이런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런 능력은 스포츠 활동, 기숙사 이벤트 기획,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 다른 국가에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친구 사귀기, 갈등과 고난의 극복 등등의 비교과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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