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취향 찾아, 독립서점으로!
나만의 취향 찾아, 독립서점으로!
  • 정유진 기자
  • 승인 2019.06.13 1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대에 위치한 독립서점 땡스북스(THANKSBOOKS)의 모습(출처: 땡스북스)

책 구매를 위해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 접속하면 보이는 메인의 ‘화제의 책’, 길거리 대형서점에 들어가면 보이는 ‘베스트 셀러’.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서점에서 보이는 건 천편일률적인 책이다. 가벼운 에세이, 유명한 작가의 신작, 자기계발서 등이 그 주를 이룬다. 획일적인 책 추천에 지겨워진 사람들이 독립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인터넷에서의 독립서점 월별 검색량, 네이버에서 검색 및 클릭된 횟수를 월별 각각 합산해 조회   기간 내 최대 검색량을 100으로 표현한 상대적인 변화(출처: 네이버 데이터랩)
▲인터넷에서의 독립서점 월별 검색량, 네이버에서 검색 및 클릭된 횟수를 월별 각각 합산해 조회 기간 내 최대 검색량을 100으로 표현한 상대적인 변화(출처: 네이버 데이터랩)

독립서점이란, 기존의 출판 및 유통 방식에서 벗어나 주인의 취향대로 선정한 책을 판매하는 소규모 책방을 말한다. 최근 독립서점 열풍이 일면서 많은 독립서점이 새로 들어섰다. 동네서점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운영하는 ‘퍼니플랜’의 ‘독립서점 현황조사 2015~18년 결산’에 따르면, 2016년에는 주 평균 1.6곳, 2017년에는 2.0곳, 2018년에는 2.6곳으로 매년 문을 여는 서점 수가 증가해 국내 총 416개의 독립서점이 운영 중이다. 특히,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특별시에만 134개의 독립서점이 개점했다. 독립서점의 수가 많아진 만큼, 사람들의 발길과 관심도 끊이지 않았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독립서점’ 월별 검색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계속해서 독립서점이 생겨나고, 독립서점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대형서점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한 책들과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책들을 모아 볼 수 있다. 책방 주인이 하나하나 신중하게 고른 책들 속, 방문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찾을 수도 있고, 책방 주인이 직접 추천해 주기도 한다. 퍼니플랜의 ‘2017 독립서점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독립서점은 약 40개 이상의 다양한 콘셉트를 갖고 운영된다.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이 79곳, 그림책 서점이 20곳, 헌책을 파는 서점이 20곳, 여행 에세이 서점이 12곳, 심리 전문 서점이 4곳, 요리 전문 서점이 1곳 등 독자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 독립서점이 제공하는 다양한 인문활동은 사람들을 독립서점으로 부른다. 지역과 취향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독립서점은 같은 취향을 가진 이웃들의 커뮤니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퍼니플랜의 ‘2019 독립서점 현황조사’에 따르면, 독립서점들은 △독서 모임(43.4%) △북 토크(31.9%) △워크숍(26.4%) △전시(23.2%) △공연(16.0%) △낭독회(14.0%)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심야 책방을 운영하거나, 정기간행물을 발행하며 독서 활동을 돕거나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데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 분위기가 개인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 또한 독립서점 열풍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천편일률적인 기성 서점이 아닌, 자신의 개성과 취향과 일치하는 독립서점을 찾게 됐다. 또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활성화되면서 이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서점도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감성 사진’을 찍을 수 있게끔 실내를 장식한다든지, 커피를 함께 팔아 북카페를 운영하는 등 변화를 주고 있다.  

그러나 독립서점에 들어차는 낭만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독립서점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운영된다. 작은 출판사와 서점들은 도서정가제의 수혜를 보지 못한다. 도서정가제란,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도록 하는 제도이다. 소규모 독립서점은 대형 서점과 매입이 크게 차이가 나 공급률을 높게 받을 수밖에 없다. 같은 책을 더 비싸게 들여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독립서점들은 책 판매로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주로 독립출판물의 위탁 판매나 행사 등으로 수익을 낸다.

또한, 독립서점이 소비자들에게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진 찍는 곳’으로 인식돼 감성과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대륙서점’의 박일우 대표는 북DB와의 인터뷰에서 “홍대나 이태원 부근의 서점들은 들어오는 분들이 사진만 찍고 가면서 자신의 지적임을 보여주기식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책방 주인들은 그런 공간소비 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경우 공간을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계속해서 나가는데, 그에 걸맞은 수익을 들어오지 않게 된다.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문을 닫는 독립서점도 늘고 있다. 퍼니플랜에 따르면, 독립서점 10곳 중 약 1.6곳이 2~3년 안에 휴점하거나 폐점한다. 

도서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는 독립서점이 단순히 열풍에서 그치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책의 공급률 개선이 이뤄져야 문제 해결에 큰 진척이 있겠지만, 우리의 행동 변화로도 독립서점 생태계를 웃게 할 수 있다. 독립서점을 ‘책을 파는 곳’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대형서점의 책을 샀을 때 할인 혜택이 크더라도 그 책은 우리에게 낭만과 개성을 선사하기 어렵다. 직접 독립서점에 방문해 ‘베스트 셀러’가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른다면, 수고하더라도 책이 주는 기쁨이 배로 돌아올 것이다. 지금 당신의 개성을 찾아줄 독립서점으로 향하는 것은 어떨까?

▲독립서점 파크(PARRK)의 야외 테라스(출처: 파크 인스타그램)
▲독립서점 파크(PARRK)의 야외 테라스(출처: 파크 인스타그램)

서울에 위치한 파크(PARRK)는 ‘어른들을 위한 서점’을 슬로건으로 내건 독립서점이다. 슬로건은 자신이 원하는 책을 자기 기준으로 스스로 고르는 서점을 의미한다. 주로 문학, 그림책, 여행, 디자인, 생활 등의 분야 책들이 판매되고 있다. 이곳은 카페부터 생활용품 판매까지 하는 편집숍인 퀸마마마켓에 놓여 고객들의 감성을 소비로 이끌고 있다. 방문객들이 책에 대한 자신의 취향과 관점을 발견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독립서점 부쿠(BUKU) 내부(출처: 부쿠 인스타그램)
▲독립서점 부쿠(BUKU) 내부(출처: 부쿠 인스타그램)

서울에 위치한 큐레이션 서점 부쿠(BUKU)는 SNS에서 유명한 ‘책 읽어주는 남자’의 운영자가 공동 대표로 있는 곳이다. 독립 매거진 위주의 책을 매대에 진열해 놓으며, 사진, 음악, 도시 등 그 주제는 다양하다. 이곳에는 특정 책의 홍보 목적이 아니라, 정말 자신만의 기준으로 책을 추천해 주는 북 큐레이터가 네 명이 있어 방문객들이 책을 고르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책 속에 북 큐레이터의 편지가 함께 있어 사람들이 펼치게끔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