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정책의 명확한 목표·로드맵 필요
기후변화 정책의 명확한 목표·로드맵 필요
  • 이상헌 /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에너지산업팀장
  • 승인 2005.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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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 Panel on Climate Change)의 제3차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 현상들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0.5℃의 기온상승은 작은 수치로 보이지만 이는 지난 10,000년 동안 지구가 겪은 가장 큰 변화로서 이렇게 작은 온도의 증가로 우리가 알고 있던 날씨의 흐름이 바뀐 것이다. 대기를 구성하는 여러 기체들 가운데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체를 “온실가스”라고 하며, 이산화탄소(CO2)이외에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이 있다. 2002년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총계를 보면 에너지연소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83.4%를 차지하고 있어 기후변화는 국내의 에너지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1972년 로마클럽에서는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에 비해 자원을 제공하는 자연환경은 유한하다는 것을 지적하면서부터 지구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이 확산되었다. 이에 UN주관으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환경회의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기본협약(UNFCCC)이 채택되어 1994년 3월에 발효되었으며, 우리나라는 1993년 12월에 가입하였다. 한편, 기후변화당사국들은 제3차 당사국 회의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를 통해 빠르게 증가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90년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서 누가, 얼마만큼, 어떻게 줄이는가에 대한 문제를 결정하였으며, 온실가스를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줄이기 위하여 온실가스 의무감축량을 달성할 수 없는 국가나 기업이 의무감축량을 달성하거나 여유있는 국가 또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권한을 살 수 있도록 한 배출권 거래제도(ET) 등의 도입을 허용하였는데 이를 “교토메카니즘”이라고 한다.

교토의정서가 채택된지 7년만인 지난 2월 16일을 기하여 공식 발효된 의정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감축 의무이행국(40개국+EU)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줄여야 하며, 1차 의무이행기간이 끝나는 2012년 말이 되면 목표 달성여부를 증명해야 한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교토의정서 1차 의무부담기간 이행국에는 포함되지는 않지만 당장 올해부터 2012년 이후 감축의무부담 협상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9년까지 신규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행 186g/㎞에서 140g/㎞까지 감축하기로 EU와 협약을 체결하였으며,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도 1999년 4월 이탈리아 카멜에서 열린 세계반도체협회 회의에서 PFC 배출량을 2010년까지 1997년 기준으로 10% 이상 자발적으로 감축하기로 합의하는 등 기후변화 관련 무역장벽의 사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상과 같은 기후협약에 대한 정부의 기본 입장은 비구속적이고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998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기후변화협약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제1차(1999-2001) 및 제2차(2002-2004)에 걸쳐 종합대책을 수립·추진하였으며, 지난 2월에는 제3차(2005-2007) 종합대책으로 3대부문 90개 과제에 21조5천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산업계는 교토의정서의 발효가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보전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대체에너지·친환경기술개발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온실가스 감축실적 등록사업, 배출권 거래제 등 온실가스 정책의 방향 및 구체적인 일정이 제시되고, 사전에 산업계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어 반영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국가 의무부담 이전에는 탄소세나 배출권 거래제의 도입보다는 에너지 절약 자발적 협약(VA)을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화를 유도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사업 확대 등을 통해 에너지 진단 및 기술·자금 지원으로 에너지 저감을 유도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편 신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지열 등)에 대한 재정지원 강화, 정부대책기구에 기업 측 인사가 포함되는 실질적인 민겙徨苾쩠셉?구축 등의 의견도 있다.

환경단체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에너지 절약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참여하면서 정부와 기업이 기후변화 대책을 능동적으로 수행하도록 감시와 협력에 앞장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고에너지 소비구조 하에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며, 이들 구조 자체를 온실가스를 덜 내놓는 쪽으로 바꾸고, 삶의 자세도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 하도록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금까지 국내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은 “협상” 중심적 접근에 치우쳐 온실가스 감축이 가져올 긍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으며, 대응책 부문간 상호 연관효과에 대한 분석이 없어 총괄적 전략이 부재하다는 지적과 함께 기후변화가 한반도에 미치는 자연영향과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평가나 적응체계 마련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정책의 목표와 로드맵 제시가 요구되며, 이러한 목표와 로드맵의 제시는 국내 기업에게 신호를 주어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배출권 거래제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World Bank에서는 에너지기술시장을 100억불 규모로 예상하고 있으며, 앞으로 에너지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이 이 시장을 점유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후변화협약이라는 도전을 효율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참여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