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횡을 규제해야 하는 이유
소확횡을 규제해야 하는 이유
  • 정유진 기자
  • 승인 2019.02.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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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개인 자료 프린트하기, 회사 탕비실의 커피 가져오기, 휴대전화와 노트북 충전은 회사 콘센트로. 작년 유행했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서 따온 소확횡(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의 이야기다. 최근 SNS에 직장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회사 물품을 함부로 사용하거나 가져가는 소확횡 이야기가 게시됐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소확횡은 회사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대학 곳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교내 화장실에 있는 휴지를 많이 뽑아 사용한다. 생활관에서 샤워할 때 물을 계속 틀어놓는다. 외출 시에도 생활관 방 콘센트에 꽂힌 플러그는 빼지 않고, 전등도 켜 둔다. 텅 빈 강의실에서 마지막으로 나오지만 히터는 끄지 않는다. 우산을 대여해 주는 도서관자치위원회 라온 사무실에 우산이 다시 돌아오지 않고, 카트를 대여해 주는 생활관자치위원회 사무실로 카트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소확횡은 어디까지가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 
서양에서는 위처럼 회사의 자산이나 시간, 정보를 훔치는 것을 직원 절도(Employee theft)라고 규정한다. 미국에서는 직원 절도로 인한 기업들의 손실이 연간 수백억 달러이고, 미국 기업의 20~30%가 이로 인해 파산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나 하나쯤이야’로 시작한 소확횡이 쌓이고 쌓여 조직에는 큰 손실로 다가올 수 있다.
우리대학 구성원들의 소확횡 또한 대학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대학 전기 사용현황을 보면,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양보다 5,985,711kWh 더 많은 총 55,872,958kWh의 전기를 사용했다. 이는 전기요금 55억 원에 해당한다. 여러 실험 장비들이 24시간 돌아가고 있으므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생활관 23개 동이 에너지 이용이 많은 순으로 7위를 차지해 우리의 소확횡이 그저 웃고 넘어갈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모 대학의 한 교수가 허위 초청 이메일로 수차례 출장을 가고, 일과 관련이 없는 곳에 해외 출장비 1억 8,000만 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구성원 절도는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적발이 어렵다는 허점을 파고든다. 그러다가 옛말처럼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는 경우도 흔히 있다. 이것이 바로 소확횡을 규제해야 하는 이유다.
우선, 조직 내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대학 구성원들 스스로 무분별한 대학 자산 사용의 문제점을 알고 구성원 절도가 당연시되지 않는 조직 내 의식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런 조직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절도 예방 윤리교육 또는 강연을 통해 개개인의 윤리의식 확립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내부통제를 강화해 공금의 사적 쓰임과 내부 정보 이용, 비품 남용 및 무단 반출 등 소확횡을 견제해 더 심각한 구성원 절도 행위가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가 모두 우리대학의 소중한 인재이듯, 대학의 소중한 자산을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에서 ‘나부터 먼저’로의 변화가 비록 개인일 때에는 미미할지라도, 집단의 생각이 변하고, 우리대학의 분위기가 바뀌었을 때 바라본 변화는 그 무엇보다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