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의 Visibility
POSTECH의 Visi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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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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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국제 랭킹이나 지표에 나오고 있는 우리대학 위상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한때 서카포(서울대-KAIST-포스텍)로 불리며 한국 이공계를 이끌어 왔던 우리대학이, 최근 지표에 따르면 성균관대, 고려대, 연세대 등과 비슷한 수준의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작지만 강한 대학, 연구중심대학을 추구하는 우리 학교의 연구 실적을 보면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항목은 평판도라는 것이다. 평판도, 영어로 따지면 reputation 혹은 visibility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쉽게 설명하면, 업계에 있는 사람들 혹은 일반인들에게 물었을 때, “포항공대 들어본 적 있나요?” 혹은 “포항공대 출신 어때요? 믿고 채용할 만 한가요?” 정도로 쉽게 풀어 쓸 수 있을 것 같다. 필자가 미국에서 공부할 당시, 많은 사람들이 필자의 학교 이름을 생소해 하거나 그냥저냥 좋은 학교 정도로 말하는 것을 보고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미국 중서부 시골에 사는 나이 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하버드대, 예일대는 알지만, 칼텍, UC 버클리와 같은 대학은 처음 들어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시골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면, 서울대는 들어봤지만, KAIST, 포스텍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할 것이다. 얼마 전 중국의 연구자를 초청하기 위해 초청장을 발급해 주고, 중국 광저우 대사관에서 연락을 받았다. “포스텍은 뭐 하는 회사입니까?” 그래서 필자는 영문 명으로는 POSTECH을 선호하지만, 국문으로는 포항공과대학교 혹은 포항공대를 선호하는 편이다. 
Visibility를 높이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나가던 일반인이 들어도 알 수 있으려면, 고등학교 수험생을 둔 학부모가 알 수 있으려면, visibility가 높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 평판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일들, 예를 들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든지, 혹은 장관이나 대통령이 나온다든지 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졸업생들이 쌓이고 쌓여, 그 졸업생들이 사회 곳곳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저는 포스텍 출신입니다”라고 외치며,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다. 그러한 졸업생들이 사회 곳곳의 리더가 되고, 기부하며,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는 숫자가 많아진다면, 우리대학 위상은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일반적인 평판이 아니라, 우리대학의 본분인 과학기술 분야에서 평판을 높이려면, 우수한 연구자들이 우수한 논문을 꾸준히 출판해, 어떤 교수가 본인을 소개했을 때, “아! 포스텍에서 오셨군요!” 혹은 포스텍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 우리 분야에서 포스텍 ○○○ 교수가 최고 전문가입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업적과 신뢰를 쌓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대학 교수 혹은 대학원생들이라면 포스텍-디스카운트를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분명히 더 좋은 연구 결과이지만, 포스텍 소속으로 제출했기에 논문 리뷰의 기회조차 없이 바로 에디터가 거절하는 일을 태반 경험했을 것이다. 만약 그 논문이 하버드대에서 제출됐다면 쉽사리 게재 승인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30년 전 우리대학이 처음 생겼을 때는, 포스코의 많은 지원과 파격적인 환경으로 우수한 교직원 및 학생을 필두로 빛나는 발전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추격해오는 많은 대학들이 우수한 재정지원과 서울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우리대학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Visibility를 높이는 일은 교수 한 사람, 학생 한 사람, 졸업생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혁신적인 환경 조성과 그에 걸맞은 경제적이고 제도적인 지원,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한 인재 영입을 지속해서 하지 않는다면, 우리대학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visibility에 대한 향수만을 가진 채 미래의 경쟁에서 도태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우리대학이 다시 한번 날아오르기를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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