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가족제도 구현할 신분등록제 마련돼야
민주적 가족제도 구현할 신분등록제 마련돼야
  • 곽배희 / 한국가정법률상담 소장
  • 승인 2005.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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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27일, 국회는 호주제 폐지에 합의하고 2005년 2월 임시국회에서 민법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바 있다.

2005년 2월 3일 헌법재판소는 “호주제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규정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배된다”고 선언하면서, 호주제를 전제하지 않는 새로운 호적체계로 호적법을 개정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계속 적용할 필요에 의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비로소 여성도 남성과 같은 인간으로서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제 국회가 호주제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개정안을 통과시켜야할 당위성은 더욱 견고해졌다.

법 앞의 양성평등, 혼인생활에 있어서 부부평등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정신을 구현하고 또한 현대사회의 가족 관계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시대에 걸맞는 가족규범과 윤리를 민주적이고 양성평등한 관계로 바르게 세우기 위해서 호주제 폐지는 중대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새로운 신분공시제의 방향

호주제가 폐지되면 호주를 기준으로 가별로 편제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호적법 역시 폐기되므로 신분관계를 공시하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새로운 신분공시제는 신분공시제의 고유한 목적과 기능이라는 법의 실용성과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하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에 앞서 ‘신분’이라는 용어는 전근대적인 관념에 기초하여 현대사회에서의 공부(公簿)에 사용하기에는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되어 차제에 그를 대체할 용어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신분공시제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 이념을 구현하고, 기존 호적으로는 수용할 수 없었던 다양한 가족형태를 아우르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제도여야 한다. 또한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충실하고 정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며 국민정서를 수용하여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신분공시안 검토

법무부는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안으로 가족사항이 포함된 신분등록부를 개인별로 편제하는 “본인을 기준으로 한 가족기록부”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대법원에서 제시하였던 1인1적을 원칙으로 하되 부모와 자녀가 포함된 가족부의 성격을 가지는 “혼합형 1인1적 가족부제”을 포함하여 논의한 결과 마련한 실질적 단일안이다.

법무부와 대법원이 제시한 신분공시안은 모두 그 편제단위를 가족별이 아닌 개인별로 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자신과의 관계에서 배우자, 부모, 자녀, 형제자매를 등록함으로써 헌법이념에 충실하며, 가족단위로 신분등록을 편제함으로써 발생될 수 있는 사회적인 차별의식을 불식시킬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신분공시안은 신분등록부에 본인을 기준으로 배우자, 부모, 배우자의 부모, 자녀, 형제자매의 인적사항을 기록, 가족관계를 공시하여 호주제 폐지로 인해 가족이 해체될 것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다.

이는 개인별 편제방안과 기본가족별 편제방안의 장점을 최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한 것으로 현 시점에서 취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안이라고 생각된다. 새 신분공시안은 목적에 따른 다양한 증명방식을 채택하여 가족사항 증명, 출생·사망 증명, 혼인·이혼 증명, 친자 입양 증명 등 목적별 공부형태로 신분등록증명부를 별도로 발급하고 필요한 정보만 제3자에게 공개하도록 하여 개인의 신분정보 보호에 충실하려 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증명서 제출이 필요한 경우를 법제정 과정에서 확정하도록 유보하고 있는 점과 관련하여서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별로 충분히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국회의 요청에 의하여 대법원과 법무부에서 제출한 새로운 신분공시안은 몇가지 세부적인 문제점을 보완하면 현행 호적제도를 대체하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며, 호주제 폐지라는 큰 틀 안에서 대체로 동의하는 바이다. 다만, 공시범위 확대와 본적 개념 유지 등은 앞으로 좀더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 생각된다.


호주제 폐지 이후

이제 국회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제도를 구현할 새로운 신분공시안을 확정하고, 반드시 2월 임시국회에서 호주제폐지의 대미를 장식하여야 할 것이다. 호주제 폐지 이후, 우리나라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를 통해 21세기에 걸맞는 튼튼하고 건강한 가정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