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민참여연구센터 으뜸 참터지기 김민수씨
[기고] 시민참여연구센터 으뜸 참터지기 김민수씨
  • 승인 2004.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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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지역적·공동체적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에 관심갖고 활동시작”
나는 KAIST에서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모두 마쳤다. 학부시절에는 나름대로 학교 내외의 이런 저런 활동들에 참여하곤 했었
는데, 석사과정 때는 학과의 특성과 촉박한 논문준비로 학과 공부와 실험실 업무에만 매달려 지냈다. 그러다 박사과정에 들어가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고, 나와 주변 선후배, 동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생각을 품게 되었다. 대학원생들 대부분이 실험실이라는 좁은 세계 속에서 각자의 연구와 업무에 매몰되어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실상 지도 교수님·실험실·학교 등의 가장 가까운 주변 요인들뿐 아니라 국가 정책과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 사회에 대한 과학기술자들의 인식에 이르기까지 아주 많은 요인들이 우리에게 다양한 문제와 모순들을 안겨주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박사과정 기간 동안 친구들과 대학원 총학생회, 대학원 동아리 활동을 함께 하면서 소위 과학기술자운동과 과학기술운동의 다양한 영역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연구단지 내에 본부를 갖고 활동하고 있는 과학기술노동조합, 주변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과학기술 정책 관련 모임들, 그리고 당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던 한국과학기술청년회, 참여연대 내의 시민과학센터 등과 함께 교류도 활발히 했다. 그런 과정에서 과학상점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과학기술 관련 사회적 활동들, 흔히 말하길 과학기술 민주화 운동들에 대해 접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과학기술 민주화 운동의 영역과 별도로 과학사, 과학사회학, 기술사회학 등에 대해서도 친구, 후배들과 관심을 갖고 책과 자료를 읽고 공부하면서,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활용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애초에 기술은 생활 속의 필요성에 의해 개발되어 왔으며, 과학은 또한 자연과 사회 속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현상들의 원인과 숨겨진 본질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도구였다. 그러나 20세기에 이르러 과학과 기술이 긴밀히 결합되면서 그 발전 속도는 빨라졌지만, 지극히 전문화 되어 오히려 일상 생활과는 유리되고 일반인들에게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어려운 대상이 되어버렸다. 생활 주변에서 발생되는 의문과 필요성의 해결 수단이라는 원래의 효용성은 상실한 셈이다. 오히려 경쟁력 향상이라는 미명 아래 국가와 산업체의 요구에 순응하는데 과학기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생활 속의 필요성을 충족시킨다기 보다는 필요를 가장한 조작된 이미지로 소비를 유도하는 시장 점유율 싸움의 무기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 현실이다. 단편적인 예로서, 오염된 공기나 물의 정화와 같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명백히 공공적인 문제들은 사회적·국가적으로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마땅하지만, 기술적 산물들인 정수기와 공기청정기의 판매를 통해 지극히 개인적인 수준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이들 제품을 구입할 만한 경제적 여력을 갖지 못한 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나서서 신경을 쓰지 않는 현실을 되새겨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험과 문제의식에 바탕 해서, 과학기술을 시민들의 손에 되돌려 주고, 사회적·지역적·공동체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에 과학기술의 성과를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이 과학상점의 이념과 맞닿아, 과학상점에 참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