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개정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 박호근 / 중부대 교육행정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0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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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인사위·징계위·이사회 자격 일부조항 개정 필요
사학경영·이사회 구성방식 투명성 확보해야
공공성과 사학의 자율성 간의 대립

17대 국회가 개원한 지 채 몇 달이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사립학교법 개정문제로 또 다시 교육계가 들끓고 있다. 매번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사학의 자율성을 신장시킬 것이냐, 아니면 그것을 일정부분 제한하고 공공성을 높일 것이냐에 있다. 사학의 자율성 보장은 사학이 사적 재산이기에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 행사의 일환으로서 그의 자율권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공공성은 사학은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며, 상당부분 국가의 재정적 도움으로 유지겳楮도품?있기 때문에 국가의 통제가 필수적이라는 데 있다. 통계상으로 보더라도 중학교의 25%, 고등학교의 47%, 대학교의 79%(전문대학은 91%)를 차지할 만큼 국가교육에서 사학이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동안 30여 차례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공공성을 신장할 것이냐, 아니면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냐의 첨예한 대립의 산물이었다.

정부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지난 8월 초에 열린우리당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대체로 여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임원에 관련된 내용이다. 즉,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취임승인이 취소된 자는 학교운영에 관여를 금지하도록 하였다. 또한 비리를 저지른 임원의 복귀시점을
현행 2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한다.

둘째는 분규사학의 이사진 구성방법이다. 즉, 초겵森紵閨냅?경우는 학교운영위원회가, 대학의 경우는 대학평의원회가 각각 임시이사의 3분의 1을 추천하고, 임시이사체제 이후 정이사를 선임할 경우 학내구성원이 3분의 1 이상을 추천하도록 하였다.
셋째, 교직원 임면권을 이사회가 행하도록 되어있는 현행 법률을 고쳐 학교장이 임면토록 하였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학교장이 교원인사위원회의 제청을 받아 교원임면권을 행사하도록 하되, 교원인사위원회 및 교원징계위원회는 학교장이 3분의 1 이하를, 교사회나 교수회의 추천인사로 구성한다.

넷째, 교사회 및 교수회 등 학교 구성원 단체의 법제화이다. 즉, 초·중등학교의 경우는 교사회와 학부모회를, 대학의 경우는 학생회, 교수회, 직원회를 법제화한다.

다섯째,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학교운영의 주요사항을 심의할 수 있도록 한다. 현행 자문기구인 사립의 학교운영위원회를 국공립 학교와 마찬가지로 심의기구화하고, 대학평의원회는 학교헌장 및 학칙의 제·개정, 학교예결산, 학교발전계획, 학교기업, 학생정원 및 학과개폐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섯째, 학사운영권 및 이사진의 구성방법이다. 교무·학사의 영역은 학교가 그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고, 친족이사의 정수를 현행 3분의 1에서 5분의 1로 감축하고, 이사가 자필서명한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명문화할 것. 학내구성원들이 감사 2인 중 1인을 추천함으로써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할 것. 법인 이사장과 친족관계에 있는 자는 학교장으로 취임을 금할 것 등이다. 다음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준비 중에 있는 개정안의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도록 한다.

사립학교법의 개선 방향

첫째, 분규사학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측면이다. 올해 들어서만 해도 동해대를 비롯, 경기대, 김포대, 경북외대, 대구외대 등 굵직 굵직한 대형 비리사건이 발생하였다. 사정이야 조금씩 다르다고 하지만 수십·수백억 대의 교비유용에 교수임용시 금품을 수수하는 등 고질적인 문제가 또 다시 발생하였다. 심지어 경북외대의 경우 학생 등록금 등 교비 횡령에, 실제 근무하지도 않은 교원의 인건비 명목으로 교비 횡령, 기자재 구입비 과다계상 및 시설공사 허위계약, 63회의 이사회 중 61회는 실제로 개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허위로 이사회 회의록을 작성하는 등 부정비리의 수법이 극에 달해 있다. 따라서 사학비리가 언론에 공개될 때마다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여 다시는 그와 같은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사학관계자들은 그러한 부정비리는 일부 사학의 문제일 뿐이므로 그것을 빌미로 모든 사학들의 자율적 학교운영에 발목을 잡는 법개정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흔히 사학측에서는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이 뜨거울 때마다 자주 쓰는 말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말이다. 일부 부패한 사학들의 부정을 바로 잡으려다 나머지 대다수의 건전 사학들의 사기마저 꺾어 놓는다는 것이다.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 동안 우리는 초가삼간이 타는 것이 걱정스러워서 그 빈대를 잡는데는 소홀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그 빈대는 자기복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부정비리 행위가 학교의 이름만 달리했을 뿐 매년 끊임없이 재발하고 있다. 따라서 면면에 숨어 있는 빈대들은 초가삼간에 기생하며 그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그 빈대가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나아가 공공에게 해악을 끼친다면 초가삼간은 더 이상 빈대들의 우산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학경영을 보다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교원임면권과 관련해서는 교원임용은 공개전형을 원칙으로 하고 다면 평가, 평가결과의 공개 등을 제도화하여 교원임용 과정에서의 금품수수 등 고질적 병폐를 해결해야 한다. 다만 교원임면권 행사와 관련해서는 최종적인 권한을 사학재단 측에 주되, 그 이전에 교원인사위원회에서는 적임자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학교장에게는 제청권을, 이사회에는 종전과 같이 임면권을 부여하는 방식이 사학운영의 투명성과 자율성을 적정선에서 조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둘째로 교원인사위원회 및 교원징계위원회 구성방식은 현행법률대로 정관 또는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학교장 및 교사회(대학은 교수회), 이사회 등 세 단체가 추천한 인사로 구성하되 각자에게 위원 정수의 3분의 1 이하를 추천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교원인사에 있어서는 투명성을 확보하고, 교원징계에 있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 교수회, 교직원회 구성의 문제는 정관으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교사회 등의 단체 구성을 정관이 아닌 현행법에 명시한다면 그동안 법인에게 집중되어 왔던 권한을 분산하고 전반적인 부분에서 참여적 민주주의, 사학운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권한을 분산시킴으로써 의견을 달리하는 구성원들간에 담합과 그로 인한 의사결정의 왜곡을 초래하여 종교교육 등 건학정신 구현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각 단체간 패권주의 양산, 그로 인한 학내 구성원간의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교사회를 비롯한 학부모회, 교수회, 학생회, 직원회의 법제화 문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많은 연구와 공론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으며, 선도적인 사학에서 그를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해 주어야 할 것이다.

넷째, 이사의 자격 및 이사회 구성방식에 있어서는 일부 법조항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 즉, 비리를 저지른 임원의 복귀 시점을 현행 2년에서 5년 등으로 강화하고, 이사회에 참석하는 이사들 중 이사장의 친인척 비율을 현행 3분의 1 이하에서 4분의 1 이하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부정·비리를 저지른 사학에 한해서 학교운영위원회(대학은 대학평의원회)가 임시이사의 3분의 1을 추천토록 하고, 임시이사 체제 이후 정이사 선임시 학내 구성원이 3분의 1 이상 추천토록 해야 한다. 또한 이사가 자필 서명한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하고, 학내 구성원들이 감사 중 1인을 추천하여 사립학교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 8월에 초안을 발표한 열린우리당은 최종적인 개정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책은 이해관계자들간의 타협의 산물로 탄생하는 것이다. 의원입법화 과정과 상임위원회에서의 논쟁,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법 개정을 위해서는 많은 절차들이 남아 있다.

사립학교법은 사학의 자율성과 공공성 간의 균형이라는 영원한 숙제를 안고 있다. 개정의 초점은 사학의 자율성을 위축시키지 않되, 부정·비리사학들의 엄단을 통해서 더 이상 사학에 부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제고시킬 것을 요구받고 있다. 법개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학생들에게는 학습권을 보장하고 관련 교직원들에게는 교권을 보장하여, 교육을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