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물류
세상을 움직이는 물류
  • 김병인 / 산경 교수
  • 승인 2018.12.1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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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4차 교차로 AnyLogic 시뮬레이션 화면
그림 1. 4차 교차로 AnyLogic 시뮬레이션 화면

 

엘리베이터, 교차로, 택배의 공통점은?
포항 유명 영화관이 있는 건물에는 세 대의 엘리베이터가 서로 독립적으로 지하 4층부터 지상 7층까지 운행되고 있다. 사람들은 가장 빨리 올 것 같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다가 그 엘리베이터가 늦어지면 다른 두 엘리베이터의 버튼도 누른다. 그래서 많은 경우에 세 대가 모든 층에 멈추게 돼 사람들의 이동시간이 늦어진다. 이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보다 스마트하게 운영할 수는 없을까?
우리대학 동문 앞 교차로는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의 차량의 흐름이 현저하게 다르다. 오전에 학교에서 롯데마트 방향으로 좌회전할 때는 정체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오후에는 신호를 두세 번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심야에 점멸신호로 운영할 때를 빼면 종일 같은 신호등 패턴을 사용한다. 이 신호체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는 없을까?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7년 대한민국 전체 택배 물량이 23.2억 개를 달성했는데, 이는 하루 평균 635만 개에 해당한다. 택배 처리 물량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반면, 평균 단가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7년에는 2,248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어떻게 택배 기업들은 지속해서 택배 평균 단가를 낮출 수 있었을까?
위 세 문제는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모두 물류 최적화의 대상으로 볼 수 있다.  

물류 최적화란?
물류(物流)란 단어 그대로 물건(物)의 흐름(流)을 의미한다. 영어로 물류를 뜻하는 ‘logistics’라는 단어는 군에서 물자가 얼마나 쓰이는지를 판단하고 생산해 조달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 병참학을 의미한다. 물류는 기업에서 중요한 문제일 뿐 아니라 매일의 삶에서 경험하는 문제와도 연관이 깊다. 물류 최적화는 정확한 양의 적절한 물건·차량·사람을 적시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적절한 장소에 흐르게 하는 것을 이루고자 한다. 엘리베이터 시스템은 최대한 빨리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것을, 교차로 시스템은 차량의 대기시간을 감소시키는 것을, 택배 운송 시스템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한 빨리 택배 상자들을 이동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택배 시스템에 대해서는 조금 더 살펴볼 것이다.

그림 2. 300곳으로 이루어진 외판원 문제와 해법의 예
그림 2. 300곳으로 이루어진 외판원 문제와 해법의 예

 

택배는 어떻게 이뤄질까?
인터넷을 통해 책을 주문해 받아 보기까지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주문된 책은 대형 창고의 선반에서 사람이나 로봇에 의해 선택돼 포장된 후 배송지가 적힌 라벨을 갖게 된다. 그 책은 1t 트럭에 실려 창고 가까이 있는 서브-허브라는 집합소로 이동하게 된다. 서브-허브에서는 모인 여러 택배 물건들을 배송지에 따라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영남권, 강원권으로 분류한다. 이렇게 분류된 택배 물량은 11t 트럭으로 해당 권역을 담당하는 허브로 다시 이동된다. 허브에 모인 물량은 배송지에 위치한 서브-허브 별로 다시 분류돼 11t 트럭으로 이동된다. 서브-허브에 도착한 물량은 1t 트럭 택배 기사들에 의해 집까지 배달되게 된다. 이렇게 택배 물량을 허브로 모아서 분배하는 것을 허브앤스포크(Hub and Spoke) 방식이라고 하는데, 이 방식은 항공사들의 비행기 운영 방식에도 활용되고 있다.
한 대형 택배 회사의 경우, 하루 500만 개가 넘는 택배 건수를 11t 트럭 약 4,500대, 1t 트럭 15,000대, 300개 이상의 서브-허브, 10개 이상의 허브를 사용해 처리하고 있다. 대형 허브의 경우 1,000명 이상의 직원들이 분류 작업을 한다. 이렇게 거대한 물류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물류 최적화 기법을 적용해야 한다. 즉, 어디에 어느 크기의 허브를 설치할 것이며 택배 물량을 어떤 경로를 통해서 보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주어진 자원을 어떻게 최적화하느냐에 따라 같은 물류 작업을 하면서도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제 시야를 좁혀서 택배 기사의 업무를 살펴보자. 택배 기사가 배달해야 할 물건이 300개이고 배송지가 모두 다른 장소라고 한다면 어떤 순서로 배달하는 것이 배달 시간을 가장 줄일 수 있을까? 모든 가능한 경로를 계산한다면 300!(팩토리얼)개가 될 것이다. 택배 기사가 암묵적으로 푸는 이 문제는 외판원 문제(Traveling Salesman Problem: TSP)라고 알려진 문제로서, 외판원이 주어진 지점들을 한 번씩 방문하고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최단 경로를 찾는 것이다. 그림 2는 300개의 지점을 갖는 TSP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가운데 파란 선은 71.05km의 거리를 갖는 경로이고 오른쪽 빨간 선은 68.34km 거리를 갖는 경로이다. 오른쪽의 경로를 사용하면 가운데 경로보다 4% 짧은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물류 최적화의 문제 예: 차량 운행 경로, 신호등 없는 교차로
물류 최적화의 문제들은 무수히 많다. 차량 운행 경로 문제는 여러 대의 차량으로 고객의 주문을 만족시키는 해를 구하는 것으로, 물류 기업들이나 제조 회사에서 활용되는 유명한 문제이다. 필자가 참여한 한 과제에서는 미국의 대형 쓰레기 수거 회사의 문제에 최적화 기법을 적용해 2,000대 이상의 청소차를 줄였다. 이로써 연간 약 4,000억 원의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었다. 차량 운행 경로 문제는 배를 이용해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의 배선 계획 문제에도 적용 가능한데, 한 철강기업의 철강제품을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한 배선 계획 문제에 최적화 기법을 적용해 연간 18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음식 배달 서비스업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신호등은 교차로에 반드시 있어야 할까? 신호등은 교차로에서 차량을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시키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지만 교통 상황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교통을 방해한다. 교통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교통 상황에 따라 역동적으로 신호체계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교차로들의 네트워크를 함께 고려해 교차로끼리의 신호 동기화도 이뤄져야 한다. 더 나아가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보편화하는 시대에는 교차로 시스템과 각각의 자동차들이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신호등 없는 효율적인 교차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 밖에 필자가 참여한 물류 최적화 문제에는 트럭·비행기·컨테이너·화물선 등에의 적치 문제, 자동창고의 효과적인 운영 문제, 통학버스 라우팅(Routing), 셔틀버스 노선 설계 문제, 비상상황에서의 건물 대피 문제, 철강 후판 제품의 생산계획 문제, 반도체 공장에서의 무인자동차를 이용한 물류시스템 최적화 문제 등이 있다. 

물류 최적화의 미래
사람의 몸에서 피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듯 물류는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요소이다. 물류 문제는 우리 주변에 다양하게 존재하며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 것이다. 앞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등이 상용화되면 새로운 물류 문제들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택배산업을 포함한 물류 회사는 물론이고, 많은 기업의 생산 및 유통을 담당하는 다양한 부서, 교통 등 공공 물류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 국제 구호 및 국제 개발 등을 담당하는 비영리 국제기구 등에서 물류 최적화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해 치료하듯, 물류전문가는 다양한 물류 문제들을 찾아내 증상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산업체 의사의 역할을 담당한다. 

*본 글의 일부 내용은 필자가 저술한 ‘스마트 세상을 여는 산업공학(대한산업공학회 저, 청문각), 6장 물류’에서 발췌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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