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크기 자동차에 항암제를 싣고 암 정복을 향해
나노 크기 자동차에 항암제를 싣고 암 정복을 향해
  • 김원종 / 화학 교수
  • 승인 2018.11.2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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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복합항암치료를 위한 나노머신의 구조 및 작동 메커니즘

 

생체재료 연구의 필요성과 암 질환에의 응용
19세기 덴마크의 고고학자 톰센은 선사시대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했고 이후에도 도구는 시대를 구분하기 위한 중요한 척도로 사용됐다. 인류의 역사는 도구를 발전시켜온 역사라고도 볼 수 있으며, 그 뒤에는 항상 새로운 재료와 기술의 개발이 뒷받침됐다. 특히 최근에는 나노기술의 발달로 인해 전자재료, 에너지 재료, 복합재료 등의 분야가 급성장하면서 산업혁명과 정보화 혁명을 가속하고 있는데,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변화가 의료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생체재료 분야이다. 본 연구팀은 의료기술의 발전에 필수적인 새로운 생체재료를 개발해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생체재료는 다양한 질환의 치료 및 진단에 활용되고 있는데, 특히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각종 성인병에 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암 질환은 암 조직이 복잡하고, 치료법에 대한 저항성, 높은 재발률 등으로 인해 치료가 어렵고 인류가 꼭 극복해야 할 중요한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항암제를 우리 몸에 주입하면 암 조직뿐만 아니라 정상조직에도 들어가기 때문에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항암제를 약물 전달체에 탑재해 암 조직에만 운반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즉, 나노 크기의 자동차에 항암제를 싣고 암 조직까지 운반해 최종적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전략이다.
또한, 암 질환은 복잡하므로 한가지 치료 방법으로는 완전히 치료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진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을 혼합한 복합항암치료가 시도되고 있으며, 효과적으로 복합항암치료를 수행하기 위한 물질의 개발이 절실한 실정이다. 본 연구팀에서는 복합항암치료를 위한 소재 개발의 필요성을 깨닫고, 기존에 진행해 온 연구 비결을 활용해 항암제를 탑재하기 위한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그림 2. 복합항암치료를 위한 나노머신의 세포 내 메커니즘

약물전달을 위한 생체재료 측면에서의 기능적 DNA 활용
본 연구팀이 이번에 생체재료로 활용하고자 주목한 물질은 DNA이다. DNA는 인간의 유전정보를 담지하는 물질로 잘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재료적인 측면에서 활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DNA는 생체고분자이므로 다른 물질에 비해 안전성이 높다고 여겨지고 있으며, 비교적 쉽고 균일하게 합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염기 배열을 자유롭게 설계해 합성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3차원적 구조 및 기능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DNA의 염기는 아데닌이 티민, 구아닌이 사이토신과 수소결합을 이루면서 이중나선 구조를 이룬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특정 조건에서 염기들은 통상적인 결합과는 다른 특이적인 결합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pH가 낮을 때 사이토신과 사이토신 사이의 결합이 가능해지고, 칼륨 이온 농도가 충분할 때 구아닌과 구아닌 사이의 결합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염기 배열이 적절할 경우, 사이토신-사이토신 결합 혹은 구아닌-구아닌 결합에 의해 DNA는 사중 나선 구조를 형성할 수 있게 되는데, 각각의 구조를 i-motif와 G-quadruplex 라고 부른다. 
본 연구팀에서는 이런 특별한 구조들을 항암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G-quadruplex가 π-π 상호작용을 통해 광감제(빛에 감응해 활성을 나타내는 물질로, 항암치료에서는 일반적으로 빛에 감응해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활성산소종을 만들어내는 물질을 뜻한다)를 담지할 수 있다는 점과 DNA 이중나선에 항암제인 독소루비신(Doxorubicin)이 끼어 들어갈 수 있다(Intercalation)는 점을 활용했다. 즉, DNA 염기 배열을 디자인할 때 가운데 부분은 G-quadruplex 구조를 가지게 하고 양쪽 끝은 낮은 pH에서 i-motif 구조를 이루도록 한다. 그 후 이에 상보적인 DNA 가닥을 붙이게 되면, G-quadruplex 부분에는 광감제가 담지되고 양쪽 끝의 이중나선 부분에는 독소루비신이 담지될 수 있다. 이처럼 두 가지 약물을 담지한 기능적인 DNA를 활용해 나노 크기의 약물전달 자동차를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DNA는 암세포 내로 쉽게 전달될 수 없다. DNA를 체내에 주입하게 되면 DNA 분해 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될 수 있고, 암세포의 세포막에 도달하더라도 DNA는 음전하를 띠기 때문에 음전하를 띠고 있는 세포막을 통과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유전자치료 등 다양한 목적으로 DNA를 세포 내로 전달하려던 연구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들을 고안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양전하를 가지는 고분자에 DNA를 붙여 전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양전하 고분자는 그 독성이 매우 높아 부작용이 심하고, DNA를 전달한 후에는 쓸모가 없게 된다. 따라서 본 연구팀에서는 복합항암치료의 효율을 높이면서도 DNA를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안으로 금 나노입자를 선택했다. 금 나노입자는 생체에 적합한 금속 나노입자로 잘 알려져 있고, 합성과 개질화 과정이 간단해 활용성이 높다. DNA의 끝을 티올기(Thiol group)로 개질화하면 금 나노입자의 표면에 쉽게 붙을 수 있는데, 이렇게 DNA들이 금 나노입자의 표면에 밀도 있게 개질화되면 DNA 분해효소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지고 세포 내 유입도 잘 일어나게 된다. 

본 연구에서 개발한 시스템의 작동 메커니즘
최종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지름이 15nm 정도인 금 나노입자의 표면을 G-quadruplex와 i-motif 염기 배열을 포함한 기능적 DNA로 개질화하고, 항암제인 독소루비신과 광감제인 아연 프탈로시아닌(Zinc phthalocyanine)을 각각 이중나선과 G-quadruplex에 담지해 복합항암치료용 나노머신으로 활용했다. 본 나노머신이 암세포에 도달하게 되면 세포 내로 유입된 후 엔도좀(Endosome)의 낮은 pH에 노출된다. 따라서, i-motif가 형성되려는 힘이 작용해 DNA의 이중나선이 풀리며 독소루비신이 방출돼 1차적으로 화학치료(Chemotherapy)가 가능해진다. 이때 i-motif 구조가 인접한 나노머신 사이에서 형성되게 하면 금 나노입자들을 응집시켜주는 가교역할을 해주게 된다. 금 나노입자를 비롯한 금속 나노입자는 그 크기와 모양에 따라 특성이 변하게 되는데, 본 연구에서 활용된 15nm의 금 나노입자는 근적외선 영역의 빛을 받아도 열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i-motif에 의해 응집된 금 나노입자는 근적외선 영역의 빛(808nm)에 효과적으로 반응해 열을 발생시키며, 이로 인해 열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광열치료(Photothermal therapy)가 가능하게 된다. 또한, G-quadruplex 부분에 담지돼 있던 아연 프탈로시아닌은 660nm의 빛에 감응해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활성산소종을 발생시켜, 광역학치료(Photodynamic therapy)가 가능하게 된다. 종합하면, 나노머신이 암세포 내부의 pH와 외부에서 조사해주는 두 가지 파장의 빛에 의해 화학치료, 광열 치료, 광역학 치료의 삼중복합치료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나노머신의 구동과 치료 효과는 단일 항암치료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알려진 삼중음성 유방암을 모델로 사용해 세포 및 동물 수준에서 검증됐다.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나노머신은 그 합성방법이 아주 간단하며, 담지되는 약물의 양을 조절하거나 각 빛의 세기 등을 조절할 수 있으므로 세 가지 치료의 비율을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복합항암치료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추가적으로, DNA의 기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이를 새로운 생체재료의 개발에 잘 적용한다면 약물을 전달하기 위한 나노 크기의 자동차를 만드는 혁신적인 재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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