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행복 사이
진실과 행복 사이
  • 권재영 기자
  • 승인 2018.11.2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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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의 악의 기원 / 2016.09.20 출간 / 작가: 박지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 2016.09.20 출간 / 작가: 박지리

 

‘조금만 더 읽고 자자. 조금만 더…’
어느 새벽, 나는 결국 이 책을 읽느라 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장장 10시간 동안 쉬지 않고 책장을 넘기게 만든 이야기는 참 무섭게도 흥미로웠다.
배경은 중세 계급 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가상의 세계다. 모든 국민들은 1지구에서 9지구 중 하나에 속하며 태어난 지역에 따라 부와 명예가 갈리게 된다. 주인공 다윈 영은 최상위 지구인 1지구의 엘리트이다. 거기에 다윈의 자상한 아버지이자 문교부 차관인 니스 영, 매달 바비큐 파티를 여는 할아버지 러너 영까지. 영 가족은 실로 완벽해 보인다. 겉으로는 말이다.
30년 전, 니스의 절친한 친구 제이는 갑작스럽게 살해된다. 9지구 지구민의 우발적 범행으로 간단히 종결된 사건이지만, 제이의 조카인 루미의 눈엔 의문점만이 가득하다. 루미는 삼촌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해 다윈을 끌어들이게 된다. 
양파껍질을 까듯 한 겹씩 벗겨지는 거짓과 진실. 제이의 죽음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해관계는 서로 엇갈리며 갈등을 빚는다. 한쪽에서 묻어 놓은 진실을 다른 쪽이 파헤치는 과정은 하나의 폭풍과도 같아 이야기의 전개가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가 던지는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진실이 항상 정의일까?’라는 것이다. 진실은 정말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일까. 제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것은 분명 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는 줄거리다. 그러나 동시에, 작가는 작중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진실의 가치는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 그것이 내가 믿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는 진실이다”라며 진실의 가치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행복과 진실을 저울에 달면 과연 어느 쪽이 더 무거울까? 곧 다윈이 사는 1지구의 편안하고 안락한 삶은 제이의 죽음에 얽힌 진실과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이야기는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그 끝은 아무도 행복해하지 않는 진실일까, 아니면 모두가 행복한 거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