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시장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 국민연금과 스튜어드십 코드
국내 증권시장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 국민연금과 스튜어드십 코드
  • 장호중 기자
  • 승인 2018.09.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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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발표하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출처: 보건복지부)

지난 7월 30일, 보건복지부는 제6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이하 스튜어드십 코드: stewardship code)의 도입을 의결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에서 2018년 하반기부터 2년간의 정책 시행 로드맵을 제시한 가운데, 스튜어드십 코드를 둘러싸고 각계각층의 뜨거운 목소리가 쏟아지는 중이다.

 

집사(Steward)로서의 기관투자자, 스튜어드십 코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4년 11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방침을 공표하면서부터 국내에서 이목을 끌기 시작했고, 2015년 12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1차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1년여간의 공청회 등 공개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2016년 12월에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를 공표했고, 2년 후인 지금 이를 국민연금에서 도입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스튜어드십 코드는 무엇일까?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에게 책임 있는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행동강령으로 기관투자자의 투자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의미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금융회사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문제시되면서, 해결책으로 필요성이 대두됐으며, 2010년 영국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스위스 △일본 △대만 △홍콩 등 세계 여러 국가가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2차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에서 발표한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의 전문은 아래의 7가지 원칙으로 구성돼 있다.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정책 마련 및 공개 △수탁자로서 책임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면할 이해 상충 문제에 관한 해결방안 수립 △투자 대상 회사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 △수탁자 책임 이행을 위한 활동 전개 시기와 절차, 방법에 관한 내부지침 도입 △의결권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과 사유 공개 △의결권 행사와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에 관한 주기적인 보고 △수탁자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요구 역량과 전문성 확보. 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는 투자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게 된다.

 

기업 가치 상승? 경영권 침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
이 원칙들을 지켜 기관투자자가 위탁 자금을 운용할 때, 가장 기초적인 기대 효과는 위탁자의 이익 극대화이다. 돈을 맡긴 사람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해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기업이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지 철저히 감시함과 동시에 기업의 발전을 돕는 것이다. 이는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끌어올림으로써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에 만연한 기업지배구조를 해결해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를 시행하는 주체가 국민연금이기 때문에, 투명성과 독립성에 대한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기업에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경영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의사권 결정에 △책임성 △객관성 △공정성이 확보되기 위한 제도나 장치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지적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다수 건전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기업들에는 기업 가치를 높이고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지만, 심각한 기업가치 훼손으로 국민의 소중한 자산에 피해를 주는 기업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수탁자로서 주주가치 제고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다”라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의의를 알리고, 주주권 행사 과정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철저히 준수하고, 공정하며 투명한 운용으로 독립성이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한적 경영 참여, 국민연금에 남은 과제 
국민연금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게 되면, 주주활동 수행에 관한 의결은 14명으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관리한다. 또한 공개된 시행 로드맵에 따라 2020년까지는 사외이사 후보추천, 위임장 대결 등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행사는 당분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영진이 기업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 경영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시민단체와 일부 위원의 수정안 요구에 따라 박 장관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기업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에 대해선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하고 이 부분을 경영계 쪽에서 받아들였다”며 “심각한 사안의 기준은, 주관적인 판단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기금운용위원회 전체가 모여서 심도 있게 논의하고 안건을 정해 의결하는 것으로 했다”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다른 주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도 이에 앞다퉈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 인식의 변화를 주도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한국 사회에 정착시켜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은 여전히 국민연금의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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