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지방분권정책의 가시화
[진단] 지방분권정책의 가시화
  • 박종훈 기자
  • 승인 2003.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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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혁신 클러스터 구축 지방 발전으로 이어질까?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정책의 세부안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9월 2일 과학기술부가 ‘지역연구개발 클러스터 사업’의 설명회를 우리 대학 정보통신 연구소 중강당에서 열었다. 이 설명회는 우리 대학과 경북대를 시작으로 전국 각 지역에서 순회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24일 오후 3시에는 포항 테크노파크에서 산업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재단에서 ‘2003년 지역혁신인력양성사업’에 관한 설명회가 개최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현재 참여정부의 지방분권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따라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교육부 등의 정부 관계 부처에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2일 정보통신연구소 중강당에서 열렸던 설명회에서는 기존의 지방발전전략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정부 R&D예산의 지방 지원 확대와 지역 연구개발 클러스터 구축사업이 제시되었다.

그 동안 과기부에서 수월성 위주의 R&D를 추구했던 결과 R&D예산과 고급 R&D인력의 중앙집중화를 초래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극적인 ‘수도권 집중 억제’정책에서 벗어나 지방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투자를 확대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정부 R&D예산 중앙(대전 포함)에 포함 시 중앙과 지방의 투자액의 비가 지난 2001년 기준 8:2인 것을 오는 2007년까지 6:4로 개선하겠다는 방안도 이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와 함께 포항지역 연구개발 클러스터의 구축 방안도 제시되었다. 포항지역의 대학연구센터는 우리 대학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BT가 14개 센터로 가장 많으며 IT분야와 기계분야가 각각 6개와 7개의 연구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과기부에선 내년부터 연구센터를 10개 이상 가지고 있는 대학 또는 시를 4곳 선정해 이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역 연구개발 클러스터 구축사업의 개요는 지방의 대학, 기업, 정부출연 연구소간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으로 수도권 및 대전지역의 연구성과를 지방으로 이전하여 기술의 확산을 유도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 사업의 추진 의도가 지역 내의 대학들간에 지역혁신 클러스터의 구축을 지원하는 것인 만큼, 대학 간의 공조와 협력이 지원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 우리 대학은 보유 대학연구센터의 수가 41개로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반면, 포항 지역 내 타 대학에 연구센터가 없어 이후 경북의 타 대학과 공동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조건과 함께 지원의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런 지역발전전략의 수정과 정비는 비단 과기부만이 아니라 타 관련 부처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동안 무분별한 대학의 종합대학화와 수도권대학 중심의 대학 서열화를 야기했다고 지적받아온 교육부의 대학육성정책이 개선의 방향을 찾고 있고, 산자부에서는 인력 중심의 지역산업 진흥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하는 등의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실제 지방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투자 효율성의 제고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는 앞으로 확대될 지방에 대한 투자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가 주도하고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체제’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역의 대표가 참여한 형태의 지역혁신협의회를 구성하여 지역발전사업을 결정하여 중앙정부에 지원요청을 하는 형식의 지역혁신체계로 추진되고 있다.

지역에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느냐의 여부가 이 지역혁신체계구축 성공의 관건이다.

이런 결과는 지방분권운동이 진행되면서 지역의 대학과 연구소에 대한 지원이 ‘지역발전’이라는 단일화된 목적에 따라 이뤄진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지역대학의 경우 지역의 특성화 전략에 부합하는 연구를 발굴하고 지역대학 간의 공조를 이루는 것이 절실해졌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의 특성화 전략도 지역 내의 지역발전협의회를 통해 이루어지는 등 지역 대학이 지역에서 가지는 역할과 비중이 이전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또한, 지역 발전의 핵심인력과 산업기술의 공급이라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것도 지역대학이다.

우리 나라의 산업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된 지역균형발전계획은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 대학이 이러한 시대적 과제인 지역의 발전에 기여하는 한편 이 기회를 대학 발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