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의 더부살이, 잘 얹혀살기 위한 방법론
AI와의 더부살이, 잘 얹혀살기 위한 방법론
  • 하현우 / 전자 16
  • 승인 2018.04.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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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도건 아니건 특이점(Singularity)이 다가온다거나, 인공지능이 인류를 파괴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특이점은 쉽게 말해 인공지능이 인간지능 혹은 인류 전체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을 말하는데, 해묵은 논쟁이라 슬슬 질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주장한 특이점이 2045년이므로, 향후 27년간은 독자 여러분에게도 이 논쟁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

우선, 필자는 별 조치 없이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보는 낙관론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말의 가능성에 몸을 맡기기에는 마주 선 위험이 너무 커다랗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조건 없는 호의를 갖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우리가 살아남을 길을 살펴보자. 일단, 인공지능에 굴복하고, 인간답게 대우해달라고 비는 방법이 있다. 필자가 봤을 때 이 방법은 ‘인공지능이 생각하는 귀여움의 영역’에 인간도 포함됐을 때만 성공할 것이다. 인간들도 흉측한 동물의 멸종 여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귀엽지도 않은 해충들이 살려달라고 빌어봐야 스프레이를 꺼내 드는 속도만 빨라질 뿐이다. 그러니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 인간을 귀엽다고 느낄만한 자료를 대량 제공하는 일은 몹시 중요하다. 이는 꽤 진지한 담론이다. 인류는 어떻게든 인공지능에 호의를 얻어내야 한다. 인간을 신격화하든, 귀엽다고 느끼게 만들든 간에 종국적으로 우리에 대한 호감을 두텁게 쌓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삶이 우리의 발명품이 만든 인간 동물원에서 사육당하는 쪽은 아닐 것이다.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데, 여기서 필자가 제시하는 안은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의 단일화’, 사실상 새로운 종으로의 진화이다.

단일화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쟁점은, 두 요소가 얼마나 가깝냐는 것이다. 쉬운 예로 민주당과 한국당 후보의 단일화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니 인간과 인공지능이 꽤 가까워야만 이 단일화 계책은 성공할 수 있다. 이 측면에서 둘은 큰 한계를 안고 있다. 인간 뇌는 전류와 화학물질의 전달로, 인공지능은 전류만으로 작동하니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그래도 낙담하기엔 이르다. 우선 인간 뇌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전자 장비와 생체 두뇌 간의 정보 교환 역할을 하는 변환기(Converter)만 만들 수 있다면 절반은 성공 가능한 셈이다.

또한, 완전한 단일화도 불가능하지 않다. 신경과학자 렌달 코엔(Randal Koene)은 “신피질의 개별기둥(뉴런 집합체)은 다른 부위의 기둥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만약 뉴런 집합체와 동일한(Equivalent) 기능을 수행하는 전자 뉴런 집합체를 설계할 수 있다면, 대뇌 전체의 공학적 설계도 이론상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애당초 딥러닝(Deep Learning) 기법 역시 근본적으로 인간 뇌의 계층적 구조를 모방하고 있으니, 둘 사이의 거리감은 조금 좁혀진 듯하다.

하지만, 과연 특이점이 오기 전에 단일화를 해낼 수 있을까? AI 개발과 뇌 연구가 발맞춰 같은 속도로 진행되지는 않을 테니, 특이점이 먼저 도래할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이때 또다시 택해야 할 방법이 앞서 역설했던 ‘인공지능이 인간을 귀엽게 느끼게끔 세뇌하는 전략’이다. 백성을 어여삐(불쌍히) 여긴 대왕께서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를 뛰어넘은 첫 인공지능이 우리를 어여삐 여기기를, 그래서 저 자신과 인간 간의 단일화 방안을 마련해주기를 고대하면 되는 것이다!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김대식 교수가 이르길, “무한으로 깊은 마음을 가질 기계에 역시 무한으로 큰 자비심을 심는 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AI 산타는 우는 아이에게 자비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특이점에 강림할 AI에게서 면죄부를 받는 그날까지 우리와 우리가 만들어가는 역사는 가능한 한 아름다워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