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언제 하니?’에 대한 우리의 대답
‘결혼은 언제 하니?’에 대한 우리의 대답
  • 공환석 기자
  • 승인 2018.03.07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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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비혼(非婚), 계약 결혼의 사례가 알려지며 기존의 결혼을 대체하는 새로운 관계를 고민하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이들은 본인의 여건을 고려하고 스스로 결혼 여부를 결정해서 그동안 결혼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믿었던 기성세대의 신념을 흔들고 있다. 이렇게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면서 결혼을 필수적으로 여기던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


이들이 결혼을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요인에 있다. 높은 결혼비용을 부담해 결혼하더라도 이후에 주택 자금 마련과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비혼을 선택하거나 동거를 고민하고, 대신 취미 활동과 여행을 하며 ‘나만의 삶’을 설계한다. 결혼으로 얻는 행복감이 경제적인 여유와 자유로부터 오는 행복감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결혼 이후 발생하는 육아와 가사노동 분배에 대한 문제도 결혼을 꺼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여성의 사회진출 기회가 늘어나고 더불어 맞벌이 가정도 증가했지만, 그럼에도 가사노동이나 육아에 대한 부담이 과도하게 여성에 치우쳐 있다. 이러한 부담을 이기지 못해 이어지는 경력단절 또한 결혼에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육아와 가사노동, 경력단절에 대한 불합리함을 따져보면 결혼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결혼 이후 생길 불합리한 여성의 역할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굳이 결혼하지 않고 비혼을 선택하겠다는 여성이 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결혼에 대한 2030세대의 생각이 변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이 감소하는 반면 비혼, 사실혼, 단순 동거 가구가 늘고 있는데 이를 지원할 사회적 제도 마련은 크게 이뤄진 것이 없다. 이들을 지원하는 각종 사회제도의 보완과 함께 기존의 결혼제도에 문제를 느끼는 2030세대가 마음 놓고 결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대학 대학원생 부부 인터뷰 - 대학원생에게 듣는 결혼이야기

▲결혼을 축하하는 78계단 공고 앞에서 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결혼을 축하하는 78계단 공고 앞에서 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4년 포스코 국제관에서 결혼식을 올린 심치현(물리 통합) 동문과 김소영(물리 통합) 씨는 재작년 부모가 됐다. 대학원생으로서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았지만, 이들은 지금 서로를 의지하며 아이와 함께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는 중이다.


부부는 힘든 대학원생 시기에 아이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 지도교수와 연구실 동료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몸에 좋지 않은 화학약품을 써야 할 때도 많고, 힘쓰는 일도 많은 연구실 생활이었지만 동료들이 항상 먼저 도움을 준 덕분에 부부는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었다. “출산, 육아와 관련해 교수님과 상담했을 때 교수님께서 충분히 저희 의견을 존중해 주셨고, 오히려 여성 연구자에게 어떤 선례들이 있는지 알아봐 주셨어요. 대학원은 기업에서처럼 법으로 출산, 육아휴직 등을 보장받기 힘든 구조이지만 오히려 법 이상으로 배려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이런 이유로 부부는 대학원생으로서 아이를 가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렸다. “출산과 육아는 언제 하더라도 힘들 수밖에 없는 일이에요. 대학원생 때는 그때의 고민이, 직업을 가지고 나서는 또 그때의 고민이 있을 거예요. 다만,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고 배려해 준다면 조금 더 수월하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저희도 많은 도움을 받아서 두 명이 모두 학업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었거든요”


많은 학우가 걱정했던 경제적 문제에 대해서도 이들은 기존의 대학원생 월급으로도 생활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문제가 없었던 이유로 우리대학의 기혼자아파트 제공 정책을 언급했다. “결혼할 때 가장 큰돈이 들어가는 것 중 하나가 집을 마련하는 것인데요. 우리대학에서 기혼자에게 대학원아파트를 제공해서 두 명의 기숙사비 정도로 신혼집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장점이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상당한 주거비용의 지출이 있었을 거예요”


출산 이후에도 이들에게 큰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다.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육아도 비용을 줄이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원사업 등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경제력이 조금 부족한 대신에 대학원생 부모로서 활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활용해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기능이 많고 교육 효과도 좋은 장난감을 사주고 싶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재미있는 장난감보다 아빠, 엄마와 눈을 맞추고 몸으로 노는 시간이 소중할 때도 있으니까요”


부부는 결혼을 고민하는 학우들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결혼과 출산 전에 드는 많은 고민과 걱정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의외로 크게 걱정할만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해요. 여러분들도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충분히 고민하며 삶을 꾸려나간다면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힘든 일들을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대학 학부생 인터뷰

▲왼쪽부터 인터뷰에 참여한 김현재(신소재 16), 최예람(전자 16) 학우
▲왼쪽부터 인터뷰에 참여한 김현재(신소재 16), 최예람(전자 16) 학우

‘결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최예람 저는 결혼은 ‘굳이 안 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타인을 의식해서 결혼하기 싫어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타인보다 본인의 의견을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다면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사회적인 시선이나 타의에 의한 결혼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김현재 저는 결혼을 꼭 하고 싶어요. 자신을 평생 사랑해주고 믿어주는 반려자를 만남으로써 내 인생이 더 안정되고 기존의 삶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지만 이런 결혼을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결혼은 단순한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경제적 여건, 본인의 커리어 그리고 가치관의 고려와 함께 이뤄진다고 보기 때문에 개인은 자신의 내면적 상황과 그를 둘러싼 외적 상황에서 결혼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박지영(가명) 저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우선 육아에 대한 부담 때문이에요. 저는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것도 고민했지만 아이를 원치 않는 배우자를 찾는 것보다 결혼을 포기하는 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두 번째는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가정에서의 ‘아내’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이에요. 결혼으로 인해 생길 ‘여성으로서의 의무’를 생각하면서 혼자 사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동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남원
저는 동거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충분히 같은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동거 제도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요. 프랑스의 경우 팍스(PACS) 제도를 통해 동거 관계를 국가에서 확실히 보장해주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커플 관계가 존재하는 만큼 동거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김현재 저도 동거 문화가 많이 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해외의 경우, 결혼 비율보다 동거 비율이 훨씬 높아요. 오히려 그들은 우리나라의 비정상적인 결혼 집착과 동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 놀람을 표하죠. 연애와 결혼은 완전히 다른 거예요. 사람들은 연애 기간에 동거하며 미래의 배우자와 함께 생활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결혼 후에 가정을 더 슬기롭게 가꾸어나갈 수 있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의 결혼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나요?
김현재
가장 큰 문제점은 커플들이 사회가 규정해 놓은 제도 안에 맞춰진다는 거예요. 단순히 서로 사랑을 해서 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결혼 준비 자금, 결혼 후 여성들의 커리어 단절, 출산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증가 및 국가 지원 미비 등으로 인해 결혼이 개인 인생의 고난이 되어버린 것이 현실이죠.


김남원 현 결혼 제도에서 동성혼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어요. ‘동성혼을 허용해야 한다’의 의미는 ‘국가는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 소수자를 차별하지 말라’는 의미에요. 동성 커플이든 이성 커플이든 결혼 제도를 통해 병원에서 보호자 자격으로 서로를 돌볼 수 있어야 하고, 주거 및 금융 혜택 등의 서비스도 동등하게 보장받아야 해요. 동성혼 외에도 비혼 커플, 미혼모 가정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결혼 및 가족 형태가 존재할 수 있어요. 국가가 나서서 이들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만 올바른 결혼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봐요.


김현재 아, 그리고 결혼 문화에서 구시대적인 허례허식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연예인들이 잇달아 하면서 유행하는 ‘스몰웨딩’이 가장 구체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어요. 특히, 청년구직난이 심각한 지금, 청년들은 스몰웨딩을 통해 결혼 비용을 줄이면서도 자신들만의 개성적인 결혼을 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결혼 준비 과정에서 남녀 부담 비율을 같게 하려는 노력 또한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시대가 바뀌면서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남성들은 차와 집을, 여성들은 커리어 단절을 강요받고 있어요. 한국 사회는 이를 비롯한 결혼에 대한 불필요한 겉치레와 편견을 떨쳐내고, 커플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자신들의 결혼을 완성해 나가도록 최소한의 지원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