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기이자 생명황폐화의 주범‘자동차’ 다시 생각하기
문명의 이기이자 생명황폐화의 주범‘자동차’ 다시 생각하기
  • 유정우 기자
  • 승인 2002.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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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차 없는 날(Car Free Day) 조직위원회를 중심으로 여러 시민환경 단체가 참여하여 10일 포항에서 ‘세계 차 없는 날’ 캠패인을 전개한다. 작년에 이미 30개국 800여 개가 넘는 도시에서 행정당국과 시민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 속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된 ‘차 없는 날’ 캠페인은 ‘세계 차 없는 날’ 캠페인으로 확산되어 매년 9월 22일 행사를 벌여왔고, 우리 나라에서는 작년 서울에서 2001년 세계 차 없는 날 서울조직위원회가 구성되어 첫 캠페인을 했었다. 포항은 올해에 처음으로 이 행사에 동참하는 것이며 다만, 전통 명절인 추석과 날짜가 겹쳐서 일정이 10월 10일로 미루어졌다.

흔히들 자동차를 인류 문명의 걸작품으로 이기와 편리함의 상징으로 생각해왔으나 빈번한 교통사고와 과다한 에너지의 사용과 이로 인한 극심한 대기오염문제, 도심을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엔진소리와 경적소리로 더욱 커지는 소음공해, 도로 건설로 무자비하게 파괴되는 생태계 문제 등 우리의 삶과 생활공간 구석구석을 황폐화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시민 스스로 자동차 의존적인 생활에서 벗어나자”, “약자와 사람에게 친숙하고 환경친화적인 도시를 만들어가자”는 목소리가 퍼져나가 이런 행사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차 없는 날’ 행사 이전에 포항에서는 ‘차 없는 거리’(Car Free Street)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일회적인 행사로 진행되어 본래의 취지를 시민들이 폭 넓게 공감하지는 못했고 그 의미에서도 특정 공간이나 거리에서의 보행권 회복이라는 의미가 더 큰 행사였다. 이번의 ‘차 없는 날’ 운동은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공감과 동참을 통해 자동차 의존형의 도시와 사회, 그리고 생활 양식들을 바꾸어내고 이것을 통해 자동차의 부정적인 해악들을 줄이고, 새로운 도시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큰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전의 행사들이 뚜렷한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행사에 대한 우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위원회에서는 ‘당일 교통량 50%를 줄이자’ 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캠페인은 10월 10일에 자동차를 덜 이용하여 포항시내가 한산해진다거나, 조금만이라도 준다면, 그 나름대로의 성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직위원회 남희도 간사는 아무래도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 때문에 이런 운동이 힘들다면서, “꼭 이날 10월 10일 만큼이라도 시민들의 결연한 의지가 표출되어야 한다. 가급적이면, 단거리 이동에는 자전거나 인라인 같은 무동력이동수단으로 먼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보다 친환경적이라는 것을 캠페인을 통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라고 말했다. 이처럼 차 없는 날 캠페인의 중요한 목표는 자동차 폐해로 인한 문제를 시민 스스로가 깨닫는데 있다. 일방적으로 자동차의 의존적인 생활과 자동차 위주의 도시를 탈피하고 교통, 에너지, 환경문제 등을 해결함으로써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도시에서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라는 운동인 것이다. 이러한 캠페인의 성격상 9월 14일부터 10월 10일까지 매주 1차례씩 포항 시내에서 스티커 등을 나눠주며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고, 뿐만 아니라, 사무처에서는 포항지역의 각 기관단체, 기업에 ‘차 없는 날’ 동참을 유도하는 제안서와 동참확인서를 발송해서 참여단체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자발적으로 이끌어 온 ‘차 없는 날’ 캠페인은 그 환경적인 의미에서나 시민운동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실제 운동에 있어서는 행사 당일 차도의 일부를 차단해 차량 진입을 막고 기념식이나 공연 등의 이벤트 행사를 벌여 하나의 행사인 마냥 넘겨짚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나는 시민들이 영문도 모르는 차량 통제에 화를 내고, 환경단체들이 무슨무슨 기념행사를 위해 길마저 막는 것은 지나친 월권과 횡포가 아니냐는 항의 대상이 되던 그런 행사가 되기보다는 지금 환경문제와 도시, 교통, 에너지 문제를 고려하여 시민 스스로 인식과 생활방식을 바꾸어보자는 사회적 제안운동이 되어야 하고 ‘차 없는 날’ 행사의 성과 역시 ‘시민들이 행사의 취지에 공감하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지’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