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충원에 대한 고언
교수충원에 대한 고언
  • 승인 2007.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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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지니는 사회적 가치와 역할은 흔히 세 가지로 대별된다.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사회봉사가 그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학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조건은 우수한 교수진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곳을 볼 필요도 없이 우리대학이 20년 전에 어떻게 출발했는지를 살펴보면 너무나 자명해진다. 고 김호길 총장이 대학 초창기에 우수한 교수진을 갖추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일화들은 이미 하나의 신화가 되어 있다. 그러한 신화가 있었기에 현재의 POSTECH이 있을 수 있었다.

이제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새로이 시작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POSTECH이 지방의 한 대학에 머물고 말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비전 2020’에서 내걸었던 것처럼 국제적인 위상을 갖는 대학으로 발전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있기 때문이다. 20년 전 황량한 들판 위에 대학을 세우고 우수한 교수진을 모시기 위해 노심초사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어려운 시점이다. 그 당시에는 우리가 실감하기 어려운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과연 이 대학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우수한 교수진 확보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었을 것이다.

개교 20주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POSTECH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초창기에 부임한 교수들은 어느덧 50대 중반에 들어섰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으며, 교수 정원 또한 일정 수준에서 묶여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만 한다. 이러한 절박한 사정에 비춰볼 때 지난 2~3년간 우리는 과연 몇 명의 신임교원을 확보했으며, 또 우수한 교원들을 확보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더욱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우리대학이 새로운 인재들을 교수진으로 충원하는데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국내의 다른 대학들은 우리가 20년 전에 시도했던 방법들을 벤치마킹하여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고 우수인력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KAIST의 경우에는 신임 총장이 전 세계를 돌며 인재들을 물색하고, 적임자가 나타나면 그 자리에서 교수직을 제안하는 등의 방법으로 우수인력을 선점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대학이 우수인력 충원 경쟁에서 결코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학과 내에서 우수한 인재에 대한 컨센서스가 쉽게 모아지지 않는다는 우려스러운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제 우리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조차 우리대학이 새로운 인재를 유치하는데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전히 우리는 지방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학 초창기 우리가 지녔던 열성과 자긍심마저 스스로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는 우수한 인재들에게 있어 과연 우리대학이 첫 번째의 선택일 수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우리는 우수한 교수진을 갖추기 위해 다른 대학과 학과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새로운 각오가 없다면 우리대학의 위상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오는 8월 말이면 새 총장이 부임하게 될 것이다. 신임 총장이 수행해야 할 많은 과제 중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할 것은 새로운 교원 충원이다. 이 일이 비단 총장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새 총장은 교수 충원의 규모와 방법 등에 대하여 나름의 소신과 비전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POSTECH에 새로운 희망이 솟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각 학과에서는 지금부터 준비하여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대학이 가지고 있던 나름의 비교우위는 거의 사라졌다. 이제 각 학과에서는 우수인력 충원을 새로운 전략과 접근을 가지고 시도해야 할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20년 전 고 김호길 총장의 교수 유치 노력을 다시 한 번 돌이켜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