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제5대 총장 선임에 즈음하여
사설 - 제5대 총장 선임에 즈음하여
  • 승인 2007.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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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대 총장을 재단의 총장 선임위원회에서 선임하는 막중한 일이 시작되었다. 대학의 진정한 의견을 진정하게 반영하기 위하여, 7명의 총장추천위원회 위원들이 공정하게 선정되었다. 이제 중임을 맡은 총추위 위원들은 왜 대학 내의 교수들이 자기를 뽑아주었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차기 총장 추천에 임해야 할 것이다. 우리대학은 현재 지도력의 부재를 보이며 말 그대로 표류중이다. 일부 학과에서는 주임교수들이 사표를 내었어도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고, 대학본부도 현상유지만이 최선인 듯 운영되는 속에서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현 총장의 재임기간이 비정상적으로 지나가고 있다. 재단과 대학본부, 교수들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 속에서 다음 총장이 들어설 때만을 기다리며 근근이 버텨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제 차기 총장을 하루 빨리 선임함으로써 타개될 수밖에 없다.

돌이켜 보면 대학 설립 후 20년 동안 우리대학은 꾸준한 발전을 이루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김호길 초대총장 서거 후 총장의 리더십이 문제가 되면서 학내문제가 계속 일어나왔다. 이제 일부에서는 우리대학의 총장을 맡을 만한 사람이 과연 있는가 하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지금까지의 전례로 보아 우리 교수들이 신뢰할 만한 총장을 추천해도 재단에서 임명해 주지 않을 텐데 하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있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 볼 때 행정능력도 탁월하고, 연구능력도 우수하고, 재단을 충분히 설득해 지원도 듬뿍 받아낼 수 있는 그런 사람만을 총장으로 기대하고 받아들일 생각을 하는 한, 우리의 총장 선임은 시지프스 신화의 돌처럼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어렵고도 힘든 일이 될 것이다. 더욱이 지난 몇 개월 간 재단과 대학본부, 교수들 간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좀 더 친밀하게 학교를 발전시켜보자는 의도는 재단과 교수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은데, 왜 갈등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심화되는 것일까? 혹시 서로를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대학의 상황 속에서 재단과 교수 사이에서 지도력을 발휘하여 지금까지의 문제의 고리를 풀어내야할 차기 총장의 선임문제는 우리대학의 향후 진로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우리대학이 현재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차기 총장의 선임은 총추위나 재단에 있어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를 필요로 한다. 역지사지라 함은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이해하라는 말이다. 즉 교수들이 뽑아준 총추위 위원들은 모든 덕을 다 갖춘 막연한 이상적 총장상이나 자기나 자기 소속 집단에게 이익을 가져올 인물, 혹은 대중적 인기를 따라가기보다는 자기를 뽑아준 전체 교수와 직원과 학생 등 다른 대학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또한 다른 총추위 위원의 입장에서, 또 대학을 설립하고 지원해 주는 재단의 입장에서, 또 선택되어 향후 대학을 이끌어 갈 사람들의 입장에서, 대학 전체의 발전을 위하여 어느 것이 현재로서 우리의 원칙이고 기준이어야 하느냐를 생각하는 마음 자세가 우선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재단은 나름대로의 명분과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만을 정당화하기보다는 교수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총추위로 대표되는 교수들의 의견을 경청한 후, 대화를 통하여 재단의 입장을 충분히 밝혀가면서, 대학의 이성을 바탕으로 정해진 규칙과 질서를 따라 차기 총장을 합리적으로 선임해 주기를 바란다. 어느 후보에게나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는 생각 하에 지금 우리에게는 어떤 지도력이 필요한지, 실질적으로는 어떤 선택이 주어져 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우리대학에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보고 차기 총장의 선임에 임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