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을 맞은 POSTECH의 미래를 위하여
20주년을 맞은 POSTECH의 미래를 위하여
  • 승인 2006.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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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개교 2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POSTECH 비전 선포식’이 있었다. 국내외의 귀빈들을 모시고 학생 및 교수*직원 들이 강당을 가득 메워 POSTECH의 성년을 축하하고 앞날의 발전을 기원하였다. 봄을 아쉽게 만드는 비까지도 싱그러운 미래를 알리는 자연의 선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의의는 교정 바깥 분들의 축하 및 격려와 교내 구성원들의 다짐이 화답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졌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우중에 천 리 길을 멀다 않고 참석한 분들을 포함하여 영상 메시지를 통해서나마 우리에게 다가온 여러분들이, POSTECH의 스무 돌 생일을 축하하고 앞날에 대한 기대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에 화답하여 우리는 ‘비전 2020’을 통해 성년의 길에 나서는 우리의 포부를 밝히는 한편, 교수*학생*직원*연구원을 망라하는 POSTECH 구성원 전체의 ‘윤리헌장’을 선포하고, 그동안 지속해온 봉사활동을 체계화하여 ‘POSTECH 봉사단’을 창단하였다.
사회 각계각층의 따뜻한 축하와 격려를 받으며 POSTECH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스무 돌 생일을 자축한 것은 뿌듯하고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날 확인된 주변의 관심은 국내 최초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출발하여 20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POSTECH의 위상을 굳건히 세운 우리 모두의 땀과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요 그에 자연스럽게 따르는 기대이며, 학교의 발전을 위해 애써온 POSTECH 구성원 모두가 이러한 축하와 격려, 기대를 기쁘게 받아도 좋을 만큼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왔기 때문이다. 개교 2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이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 POSTECH을 2020년에 세계 20위권에 드는 대학으로 발전시킬 주역 또한 바로 우리 POSTECH 구성원 모두인 까닭에 더욱 그러하다. ‘포항공과대학교 윤리 헌장’의 선포와 ‘POSTECH 봉사단’의 창단이 갖는 의의 또한 이런 면에서 찾아진다. 이는, 지금껏 쌓아온 성과를 계승 발전시켜 나아가기 위한 우리들 스스로의 다짐이요 결의이다. 교수*학생*직원이 삼위일체가 되어 이러한 다짐을 주고받는 모습은 지난 20년간 한국 대학이 겪어온 역정을 생각할 때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의 이 잔치가 갖는 소중함이 더욱 도드라진다.
생각해보면, 교육이란 인류의 사업 중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은 필사의 존재인 인간 개체의 한계를 넘어 인류 공동체를 재생산하는 일이다. 개개인의 수명의 한계를 넘어 인류 문명을 영속*발전시키는 일인 것이다. 교육을 두고 ‘백년지대계’라 함은 이런 면에서 볼 때 백 번 지당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비전 2020’ 또한, 같은 의미에서, 단지 14년 뒤를 바라보는 안목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오늘 우리가 밟기로 한 길에 따라 POSTECH의 50년 뒤, 100년 뒤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비전 2020’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하여 약간의 우려가 생기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비전 2020’이 내세우는 목표는 ‘창의성, 진취성,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과학기술 인재의 양성’과 ‘학문적, 산업적으로 임팩트가 큰 연구결과의 지속적 창출’ 두 가지이다. 훌륭한 인재의 양성은 POSTECH의 설립 이념에 직접 닿아 있는 것이고 교육기관으로서 모든 대학이 지향해야 할 이상인 만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와는 달리, 연구 영역의 목표에서 학문적 성과와 더불어 ‘산업적으로 임팩트가 큰 결과’에 강조점을 두는 것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발전 전략과 관련지어 볼 때 문제가 없다고 하기 어렵다. 목표 자체가 어떻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강조되면서 그와 상보적으로 주목되어야 할 다른 요소가 소외될까 저어되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이 ‘차등’으로 넘어갈 위험은 없는지 부단히 유의할 일이다. 바로 이러한 점을 경계하기 위해, 우리의 발전 전략을 보충하교 교정할 교육철학이 좀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세계 일류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우리의 비전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요청되는 철학의 기초는, ‘세계 일류 수준’을 가늠할 궁극적인 평가 대상이 ‘연구 중심’이 아니라 그 바탕에 있는 ‘대학’이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는 것이다. 일류의 연구 성과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면 그 기관이 대학이어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기업과 연구소들도 동일한 목적에 매진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거센 시대에 대학이 경쟁 논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사정이 그렇다고 해서 대학이 기업으로 변신하거나 연구소로 축소될 수 없음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요컨대 교육과 연구 전반에 있어서 대학 본연의 사명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균형 잡힌 발전을 통해 일류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말을 잊지 않음으로써 POSTECH 구성원 모두가 한층 더 힘을 내어 열성적으로 노력할 기반이 더욱 튼튼해질 때, 비전 2020을 넘어 50년 뒤, 더 나아가 100년 뒤의 찬란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