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20주년 사업 잘 진행되고 있는가
개교 20주년 사업 잘 진행되고 있는가
  • 승인 2006.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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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12월이면 포항공대는 개교 20주년을 맞는다. 포항공대는 일찍이 대학의 중요한 기능으로서 연구와 국가와 사회에 대한 봉사라는 개념을 인식하고 우리나라의 선진산업화에 필요한 연구중심대학의 존재 필요성에 부응하기 위하여 탄생되었다. 개교 당시의 한국 이공계 대학의 연구환경은 극도로 열악하여, 특히 지방에 소재한 대학은 소위 간판을 따기 위하여 가는 곳에 불과하였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 국제 수준의 교육능력을 갖춘 대학을 설립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교수 연구지원과 서울공대보다 우수한 학생의 유치를 성공시킴으로써 포항공대는 국내 최고 대학으로서의 입지를 확립시키며 성공적인 출범을 하였다. 지방 소재의 연구중심대학의 성공은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변화 발전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서울과 지방의 균형적 발전을 이루는 데도 획기적인 기여를 하였다. 포항공대의 성공은 이후 한국 대학에 흐름의 변화를 가져오는 효시였었다.
설립 당시 포항공대의 꿈과 기상은 드높았다. 기존의 일반 대학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차별된 의식 속에서 10년, 20년 후의 세계 정상 정복을 꿈꾸었고 이것이 가능하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20년 전을 되돌아 볼 때, 당시 지나치게 높은 꿈을 외람되이 꾼 것이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로 지금의 현실은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과연 첨단과학 기술의 요람으로서 산학협동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산업 선진화를 이끌고 가겠다던 그 야무지던 꿈은 얼마나 이루어졌고, 2005년까지 세계 정상 5개 분야, 10년까지 10개 분야라고 설정했던 목표는 얼마나 실현되었는가? 학교 설립 당시 그렇게 좋아 보였던 포항공대의 연구 시설이나 환경도 이제는 다른 대학과 그다지 차이를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까지 변하였다.
이제 20년을 맞이하여 우리대학은 다채로운 기념사업을 마련하고 다음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 대학에 진입한다는 비전을 마련하고 POSTECH vision 2020을 장기발전계획으로 제시하고 이에 대한 선포식을 4월 중에 가질 예정이며, ‘Postechian의 밤’이라는 행사를 역시 4월 중에 가져 동문들의 결속을 다지고, 노벨상 수상자들을 초청하여 기념학회도 여름 중에 열게 된다. 또 대학의 지난 20년을 정리하는 포항공대 20년사도 개교기념일에 맞추어 발간될 예정이다.
이러한 20주년 사업들이 행사를 위한 행사로 끝나지 않고, 포항공대의 다음 20년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 되기 위하여서는 재단, 대학본부, 교수, 직원, 재학생, 동문들의 각성과 좀 더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우선 재단과 대학본부는 왜 초기의 성공과 열정이 다음단계의 성공과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는지를 좀 더 고민해 보기 바란다. 포항에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겠다던 초기의 열정과 자부심이 지금은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학교 설립 당시에는 없었던 개념인 경영 마인드를 대학에 도입하여 단기적 성과나 실적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혹시 학교 설립 당시 세웠던 원대한 목표를 훼손할 수 있는 것이 아닌지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바란다.
교수들은 그동안 세계 수준의 많은 연구성과들을 내면서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상의 벽은 높고 험난함을 인식하고, 지금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자신들을 미래의 학문과 교육에 바칠 각오를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재학생들이나 동문들은 지난 20년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었음을 인식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학교의 발전을 위하여 헌신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모교의 발전을 위하여, 또 후배들을 위하여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학 설립 이래 지금까지 포항제철은 대학에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였고 최고의 교육과 연구 환경을 제공하느라고 노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생들의 모교에 대한 기여 참여도가 3퍼센트 미만이라는 숫자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할 정도이다. 이 대학의 학생들은 소수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이제 사회에서 어엿한 역할을 하는 동문들은 그동안 받았던 혜택을 어떤 형태로든지 사회와 국가, 모교에 대한 기여와 봉사로 환원할 때가 되었음을 스스로에게 일깨워주기 바란다.
오늘날 사회는 급격히 변화하면서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포항공대의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는 과연 우리대학 경쟁력의 원천은 어디에 있으며 이것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를 심각하게 연구하고 고민해야 한다. 다행히도 아직 우리에게는 가진 것이 많으며 잠재된 능력도 풍부하다. 비록 겉으로는 많이 약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적인 이공계 대학을 만들겠다는 초기의 원대한 꿈은 결코 우리 안에서 꺼지지 않았다. 포항공대 개교 20주년 사업은 장황한 구호나 허세에서 벗어나, 포항공대에 관련된 모든 분, 교직원들, 동문들, 재학생, 학부모들이 한 마음이 되어 성년을 맞이한 포항공대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고 포항공대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내실있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