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첫 발 내딛는 졸업생들에게
사회에 첫 발 내딛는 졸업생들에게
  • 승인 2006.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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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일반 사회와는 다르다. 학생은 훈련과정 중에 있는 신분이기 때문에 반복된 실수나 미숙함이 용납되고 여러 가지 책임으로부터 보호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졸업 후 일반 사회로 진출했을 때 적응을 잘못하여 힘들어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첫 발을 잘못 내디디면 그 후유증이 오래 갈 수 있고, 오랜 세월을 낭비할 수도 있다. 따라서 졸업 후의 변화에 대한 대비를 잘 할 수 있다면 현명하다 하겠다.
사회 구성의 관점에서 볼 때 포항공대 졸업생들은 소수의 선택된 계층이며 미래의 지도자가 될 사람이다. 그동안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졸업 후 그간 받은 혜택을 사회에 환원해 주려 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어야 한다. 현 교육제도 하에서 높은 경쟁을 뚫고 포항공대에 들어왔고 또 학업 중에도 끊임없이 경쟁을 해 왔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밴 이기주의가 졸업 후에도 지속될 수 있음을 늘 경계해야 한다.
앞으로 주로 연구기관에서 종사하게 될 졸업생들에게 훌륭한 과학자의 길을 가는 데에 중요한 점 중의 하나가 학문적 협력임을 강조하고 싶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는 확립된 학문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연구는 확립된 학문을 토대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이다. 이전에 알려져 있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해 내고 그것을 구현해 내야 한다.
문제는 자신의 사고가 매우 제한적이며 융통성이 없음을 종종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 실제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의 의견과 시각이 자기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여 새로운 발견으로 나아가게 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게 일어난다. 또는 다른 전문성을 가진 과학자로부터의 도움이 문제를 푸는 결정적인 열쇠가 되는 사례도 많다. 선진국 과학자들이 공동 혹은 협력연구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월이 흐르고 연구활동이 성숙해 갈수록 더욱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바쁠수록 자신의 일에 매달려 있기보다 당면한 과제와 관련하여 다른 사람과 토의하는데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토의를 통하여 문제점들을 정리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해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워크샵, 심포지움, 학술회의라는 제도가 활용되고 있고 외국까지 가서 외국의 과학자와 토의를 하는 것이다.
토의는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같은 공간 내에서 함께 일하는 연구 동료와 토의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도 가능한 토의 기회를 많이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대방이 토의를 요청해 올 때 시간이 낭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매우 잘못하는 것이다. 상대의 문제를 위해 토의하는 중 상대 연구과제에 대해 짧은 시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게 되고, 그 관점에서 자신의 연구과제를 바라볼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는 독창적인 아이디어 창출이 핵심이기 때문에 사람 대 사람의 토의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어느 때보다 세계화된 시대에 살고 있고 국제적 경쟁 속에서 연구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적 공용어인 영어의 원활한 구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외국어는 반드시 외국에 나가야만 제대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향상시킬 수 있다. 우리 주위에는 여러 가지 좋은 매체들이 충분히 많이 있다. 또한 최근에는 연구실에 외국인들이 학생 혹은 연구원으로 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과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하여 영어 구사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자기 연구분야에서의 국제경쟁력 향상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이를 위해서는 영어 구사가 기본이 된다.
과학자로서의 꿈을 크게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본교에 대한 자긍심은 좋으나 지나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 세계 대학 순위에서 포항공대의 위치를 바라보며 세계 과학자들의 수준에서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냉정함이 때로는 필요하다. 각자의 꿈과 이상을 그간 경험해 온 포항공대에 머무르게 하지 말고 더 멀리 두어 자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과학자가 되도록 설정하기를 바란다.
졸업 후 현실의 어두운 모습이 있음을 아는 것도 필요하다. 권력에 아부하며 살아남기 위해 약한 자를 짓밟는 것이 정치인만의 경우가 아님을 종종 목격하게 될 것이다. 교육자들도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리더십으로의 자질이 부족하며, 자신의 책임을 아래 사람에게 전가하는 그릇된 리더십이 현실 사회에는 많다. 은밀하게 부도덕한 행위를 일삼으면서도 도덕이니 윤리니 하며 권력을 행사하고 또 거기에 추종하는 자들이 존재한다. 이처럼 현실의 어두운 측면에 부딪치더라도 현실과 타협하지 말며 학생시절에 가졌던 순수한 이상과 정의를 끝까지 유지해 주기 바란다. 그 길이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며 동시에 건전한 사회 구축을 위한 올바른 자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