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의 성년식
포스텍의 성년식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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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회나 연령이나 햇수를 가지고 소속과 집단을 구별하는 관습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미성년과 성년의 구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아이가 성장해서 어른으로서 성인집단의 일원이 되는 통과의례가 바로 성년식이다. 성년식은 집단의 특성에 따라 특정의식을 거침으로써 완전한 성인이라는 사회적 인정을 받고 성인이란 연령집단에 소속되게 하는 의례이다. 당사자에게 성인으로서 자각과 함께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주고, 성년이 되었음을 축하해주는 것이다.

관혼상제의 첫 의례이자 인생의 중요한 첫 관문이 성년식이다. 우리나라도 20세를 ‘약관’이라 하여 복잡한 의식을 치르고 있다. 예로부터 남자들은 과례를 올려서 관을 쓰고 붓과 벼루를 하사받아 장차 문필로 세상을 살아갈 대우를 받았다. 또한 과례의 절차를 마치면 아명을 버리고 평생 쓸 이름과 자(字)와 호(號)를 가졌으며, 결혼할 자격과 벼슬길에 오를 권리도 갖게 되었다. 여자들은 계례를 올려 머리를 올리고 비녀를 꽂았다. 평민의 경우 주로 노동력을 과시하며, 무거운 돌을 들어서 힘겨룸을 하고 마을 어른들에게 ’진서턱‘이라는 술자리를 마련하여 신고식을 거쳤다. 진서턱을 낸 자만이 당당한 성인의 일원으로서 품앗이에서 동등한 임금과 노동력을 인정받았던 것이다.

성년식은 문화권에 따라 또한 집단의 성격에 따라 다른 기준과 의미를 가지며 이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치러지고 있다. 올해 고려대학교와 동국대학교의 개교 100주년 및 연세대학교의 120주년, 내년 이화여대의 120주년 및 숙명여대의 100주년 등 대학가가 기념행사로 분주하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연륜을 가진 포스텍이 내년에 맞이하는 개교 20주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우리대학의 경우 대학 차원에서 개교 20주년에 대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은 20주년 행사가 자칫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도록 행사를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에서 모든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이러한 행사가 자칫 박제화된 기념식이나 떠들썩한 축하잔치에만 머무르지 않으려면, 성년식의 의미를 함께 부여해야 할 것이다.
1986년 포스텍이 태어난 후 구성원의 헌신적인 노력, 포스코의 아낌없는 투자와 국가적 연구 지원이 합쳐져 짧은 기간에 놀라운 성장을 하였다. 이제 우리는 아호인 ‘포항공대’와 ‘포스텍’이란 브랜드를 가진 우리나라 최고의 이공계대학으로서 20살 성년을 맞이하고 있다. 보통 대학의 경우 백년대계 차원에서 개교
20년은 그리 긴 세월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대학의 경우는 특별하다고 볼 수 있다. 포스텍의 경우 설립이후 놀라운 성장 속도와 엄청난 투자에 비추어 볼 때 성년으로서의 개교 20주년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가 커지고 있다.

포스텍의 성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의 사회적 지위 격
상과 함께 이에 대한 자각과 막중한 책무를 인식하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결혼할 자격과 사회활동에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가 주어지는 한편, 부모로서 또한 성숙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도리와 책무를 다해야 한다. 어른이 되면 자신이 무엇을 하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성년에 ‘애어른’이 되지 않으려면 성년식이 제시하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우리의 깊은 성찰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 상하이의 푸단대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식에서 우방궈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일류대학은 갈수록 한 국가의 전체적인 파워를 반영하고 있다”고 역설하였다. 이제 성년이 되는 포스텍도 일류 대학으로서의 막중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국가와 사회에 공헌해나가야 한다. 스무 살을 가리키는 말인 ‘약관’의 ‘약(弱)’은 부드럽고 약하다는 뜻으로, 사람구실은 할 수 있지만 아직 대장부가 되는 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제 갓 성년이 되는 우리대학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내년이 성년 포스텍이 세계적 대학으로 힘차게 나아가기 위한 새
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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