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교수상
비뚤어진 교수상
  • 승인 2005.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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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은 자신의 연구와 관련해 정부 기관의 공무원이나 전문위원을 만날 기회가 종종 있다. 필자도 얼마 전 모 재단의 평가전문위원과 진행 중인 연구과제 평가와 관련해 면담을 가진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다. 20여 년 교수 생활을 해오면서 그렇게 무시당하기는 처음이었다. 물론 그들 모두가 그러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소위 전문위원들은 해당 연구분야에서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내용도 알지 못하면서 위압적인 태도로 억지 주장을 펴며 교수들이 수행하는 연구과제의 위상을 훼손시키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마다 안타까운 것은 교수들을 상대로 하는 그들의 마음 속에 교수를 무시하는 태도가 깊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교수를 앞에 두고 듣기 거북한 말을 서슴지 않고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교수들의 목줄이라 할 수 있는 연구비를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공무원이나 전문위원에 대해 많은 교수들이 “그 사람들은 원래 그래요!”라고 태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수에 대한 공무원이나 재단 평가원·전문위원들의 시각이 왜 그렇게 되었을까?’라고 자문해 보며 최근 우리 사회의 교수상을 되돌아 보게 된다. 공무원의 비위 맞추는 일을 수치로 생각하고, 교수가 밤낮 연구에만 몰두하였다면 과연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연구비를 더 많이 얻기 위해 공무원의 비위를 잘 맞추는 교수가 실제로 연구비를 많이 획득하는 것을 주위에서 지켜보면서 그 공무원에게는 교수가 어떤 사람으로 비칠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자칫 교수는 돈(연구비)에 눈먼 사람으로 비쳐지고, 더욱 무시당하고 조종당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 된다.
우리는 다른 교수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감싸주고 덮어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는 사이 교수사회 전체의 위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비뚤어진 접대문화가 교수사회까지 파고들면서 교수와 일반 사회인의 구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된다. 물론 극진한 대접을 받은 사람은 향후 연구과제 평가와 관련하여 기회가 될 때 가능한 편의를 봐 주는 경향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대접을 잘 한 교수가 득을 볼 수 있겠지만 교수사회 전체의 위상은 손상될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공무원이나 교수가 그렇지는 않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위원의 태도에서 볼 수 있듯이 교수에 대한 이들의 이미지는 상당히 왜곡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의 한 과학자는 이러한 한국의 교수사회나 정부의 연구비 관리방법에 대해 심하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연구비를 많이 확보하는 교수들에 대해 학교나 학회의 평가가 비교적 후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잘못된 관행에 대해 서로 눈감아 주고 있는 것이다.

교수로서 존경을 받으려면 교수로서 마땅히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면 비록 이득이 될지라도 단호히 거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교수가 올바른 길을 가야만 배우는 학생들도 이 나라를 올바르게 이끌어 갈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교수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는 아직도 매우 높다는 점을 깊이 인식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