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활동분야에서리더가 되라
자신의 활동분야에서리더가 되라
  • 승인 2005.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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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으론 입춘이 지나 어느덧 봄을 향하고 있다. 땅 속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있다. 이 무렵이면 각 대학에서는 그들이 공들여 길러온 인재들을 배출한다. 포항공대도 마찬가지이다. 올 2월 졸업생은 학사 234명, 석사 383명, 박사 123명으로 모두 740명이다. 숫자만을 따진다면, 서울의 웬만한 종합대학들의 10분의 1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포항공대 출신들은 사회의 각계 각 부문에서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만큼 소수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사회에서 남다른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포항공대 졸업생들의 진로는 다양하다. 2000년도부터 3~4년 간의 자체 통계를 보면, 학부 졸업생의 3분의 2정도는 대학원으로 진학하고, 3분의 1은 사회로 진출했다. 석사학위 취득자의 경우 30~40 퍼센트가 박사과정으로 진학하고, 나머지는 취업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사학위 취득자는 대부분 학계와 연구기관에 자리잡는 것으로 추측된다. 학부에 입학한 후 박사과정까지를 마치는 학생들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포항공대 졸업생들은 직장 선택시 자신의 전공과 직무와의 연관성, 회사의 장기적 전망, 그리고 능력배양 및 자기계발 등의 요소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자신의 적성 및 전공분야와 밀접한 분야에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은 과학기술계의 지도자 양성이라는 포항공대의 설립목표와도 어느정도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과학기술 분야 이외에 진출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로 나가는 학생들의 경우 자신의 전공분야만을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졸업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인 셈이다. 이때에는 모험과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갤럽의 보고서에 따르면, 포항공대 졸업생들은 그들의 직장 상사나 인사담당자들로부터 직무관련 전문지식과 책임의식 그리고 창의성 등에서 타 직원들에 비하여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직장에 대한 소속감이나 긍지, 회사 일을 더 우선시하는 마음, 동료들과의 협동과 업무분장 등의 면에서는 타 직원들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포항공대 졸업생들이 개인적 성취도 면에서는 뛰어나지만, 리더로서의 자질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학계가 아닌 일반 사회에서 개인적인 업적의 탁월함 만을 가지고는 자신이 소속된 집단에서 지도자적 위치에 오를 수 없다. 사회에 진출하는 본교 졸업생들은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한편, 대학 차원에서도 본교 졸업생들이 지도자적 자질을 키울 수 있는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부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포항공대는 설립 당시부터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해 온 만큼, 학부 교육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되어 온 감이 없지 않다. 또한 포항공대는 구조적으로 인문학과 사회과학 일반에 대한 교육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사회에서는 전공분야에 대한 실력 못지 않게 다양한 학문분야에 대한 이해, 인성교육, 리더십과 창의성, 그리고 의사소통 능력 등을 강조하고 있다. 포항공대에서 이러한 부문의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인문사회학부 밖에 없다. 이 점을 대학에서는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리더십 배양은 정규교육 이외에 그들의 실생활에서도 항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하여 대학에서는 기숙사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포항공대는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만큼 다른 대학에서 시도할 수 없는 생활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가 있다. 아울러 총학생회를 비롯한 각종 자치단체가 지금보다는 크게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포항공대 졸업생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자기절제와 도덕심, 그리고 미래에의 비전과 의지만 갖고 있다면 그들은 사회의 어떤 분야에 진출해서도 그 분야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될 수 있다. 모든 것은 스스로의 결단에 달려 있다. 오늘의 졸업생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내며 행운이 늘 그들과 함께 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