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의 미래는?
포항공대의 미래는?
  • 승인 2004.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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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런던타임즈의 세계대학 순위에 의하면 포항공대가 매우 낮게(163위) 평가되어 있다. 상해교통대학의 세계대학 순위에서는 연세대 보다도 낮다. 물론 이러한 평가에는 역사가 짧고 규모가 작은 포항공대에 불리한 요소가 많다. 그렇다면 포항공대가 현재의 발전 속도로 향후 50년이란 세월이 지났을 때 과연 아시아권 내의 싱가폴국립대(런던타임즈: 18위)나 홍콩과기대(런던타임즈: 39위)를 뛰어 넘고 서구의 10위권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이는 포항공대의 방향을 이끌어 가는 학교 재단 및 보직자, 또한 학과를 이끌어 가는 과 주임교수의 비전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학문적으로 국제적 명성과 비전을 갖춘 역량있는 지도자가 이끌어가지 않는 한 세계경쟁력이 있는 대학으로의 발전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한때 아시아위크지(1998년)에서 아시아과학기술대학 중 포항공대가 1위를 하게 된 요인인 교수당 학생수, 연구성과, 재정, 교수당 국제논문발표건수의 항목은 그다지 고려되고 있지 않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외형적 항목은 세계적 대학의 척도가 아닌 것이다. 진정 세계적 수준으로 교육과 학문이 이루어지고 교수 업적이 평가되어야만 포항공대가 세계적 대학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세계대학 평가는 우수한 논문(Science, Nature 등의 학술지)과 기여를 많이 하는 논문(인용횟수), 우수한 과학자(해당 분야에서 많이 인용되는 저자)에 많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교수가 학문적으로 세계적 수준이 되는 것을 요구한다. 런던타임즈 순위 10위권 내에 미국대학이 7개나 되는 데에는 그만큼 세계의 우수한 학생 및 교수를 유치하고 우수한 교수를 보상하는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 학생 및 교수가 얼마나 많은가는 세계적 경쟁력 및 평가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포항공대에 온 외국학생들이 영어개설 과목이 적어서 (영어강의 불가를 선언한 교수도 적지 않음) 위축되는 문제는 바로 해결을 해야 한다. 또한 교수가 세계적 수준으로 연구해 줄 것을 안일하게 기대해서는 안 되고,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우수한 교수가 포항공대에 와서 연구를 할 수 있을 만한 시스템과 보상체계가 뒤따라야 한다.

현재 교수 업적평가는 학과에 따라 많이 왜곡되고 있어 우수논문에 대한 고려는 고사하고 연구업적에 따른 보상의 차이를 줄이려는 대다수의 흐름에 내맡기고 있다(반면 그 차이를 합리적으로 두는 일부 학과는 경쟁력을 점차 높여가고 있음). 그 결과 우수교수 초빙의 매력을 잃게 되고 더 나아가 기존 우수교수를 타 대학에 빼앗길 수 있어, 국내 다른 사립대 보다 뒤쳐질 우려도 적지 않다(현재 국내 사립대의 경우 논문업적에 따라 급여 및 보상의 차이가 크고, 그 결과 연구업적이 괄목할만큼 향상되고 있다).

세계적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연구비의 많고 적음은 중요한가? 교수의 주된 일은 교육과 연구이다. 최근 연구비에 따라 업적을 평가하고 보상하려는 경향을 읽을 수 있다. 현재 한국실정에서 연구비를 업적평가에 고려하기 시작하면 세계적 수준의 대학에서는 점점 멀어질 우려가 크다. 많은 경우 교수가 연구비를 획득하는데 불필요한 시간과 정력을 꽤 낭비하기 때문이다. 세계 선진 연구기관이나 우수 과학자의 아이디어를 모방하여 많은 연구비를 획득하면 많은 연구원 채용으로 교수당 논문편수는 늘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수한 논문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교수가 연구비 획득을 위해 관련 공무원, 기업체 직원 혹은 관련 심사위원을 만나서 불필요한 시간과 정력을 많이 낭비하고 또 학교가 그것을 당연시 여기면서 묵인하거나 격려하는 한 세계적 대학으로 발전하는 데는 많은 걸림돌이 될 것이다.
연구비가 늘어나면 간접경비가 늘어 학교 재원이 증가하겠지만, 그 연구비 획득에 많은 교수의 시간이 낭비되었다면 그것은 결코 소득이 아니다. 선진국과 비교하여 한국여건은 연구결과가 우수하기만 하면 정당한 방법으로 그다지 어렵지 않게 연구비를 확보할 수 있다. 교수가 집중해야 할 일은 연구비 획득에 지나치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연구에 집중하여 우수한 논문을 내는 것이고, 학교는 그러한 사람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 지도록 시스템을 확고히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포항공대가 국내뿐만 아닌 세계적인 대학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