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자율에 의한 학생선발과 우리대학의 자세
대학자율에 의한 학생선발과 우리대학의 자세
  • 승인 200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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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여간 우리 사회에 고교등급제 실시여부 및 대학의 학생 선발권과 관련하여 많은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몇몇 사립대학이 수시모집과정에서 고교등급제를 시행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지만, 문제의 핵심은 대학입시제도 및 이에 따른 학생선발권에 관한 내용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에 가장 적합한 대학입시제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지난 수 십년간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행 대학입시 제도는 97년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것으로서, 국공립 대학은 본고사를 시행하지 못하며 사립대학의 경우에도 교육부의 행정지도에 의해 본고사 실시가 규제되고 수능성적, 학생부, 추천서 및 심층면접을 통해서만 학생을 선발하도록 되어 있다.

학생선발에 있어 학업성적 이외에 다양한 선발기준을 적용하여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자질과 능력이 있는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고교에서 제출하는 학생부, 추천서 및 수능성적만으로는 변별력이 적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지난 몇 년 동안 현 입시제도를 운영하면서 대학이 내린 결론 중 하나이다. 서류전형을 기본으로 하는 입시제도가 성공하려면 제출되는 자료들이 신뢰성이 있고 또한 변별력을 가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러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우리의 고등학교 교육 현실에서 단시일 내에 변별력 있는 학생부, 추천서 등이 제출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고교간의 학력차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과제이다. 교육부와 일부 단체에서 주장하듯이 고교간 학력차이를 무시하는 것은 대학이 충분한 수학능력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려는 취지와 어긋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에 현재보다 폭넓고 자유로운 학생 선발권이 주어져야 한다.

학생 선발의 자율권이 대학에 주어진다면 대학은 단순히 과거의 본고사 등의 학업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최적의 제도인가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고 새로운 선발제도를 마련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입시 제도는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과 아울러 고교교육의 정상화,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 사회통합, 국가경쟁력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얽힌 복합적인 문제이므로 이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조화시키며 대학이 원하는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에 대하여 대학이 문제해결의 구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는 눈을 돌려 우리 대학의 경우를 돌아보자. 학생선발에 있어서 우리 대학의 입시제도도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 대학은 수시, 정시 모집에 있어 학생부, 추천서 및 수능성적 등을 근거로 한 서류전형과 심층면접을 실시하여 우수한 학생을 선발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학생선발제도를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생부, 추천서 및 수능성적의 변별력이 적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학업에 관련된 심층면접에만 큰 비중을 두지 않았는지, 현행 심층면접제도에 개선할 점은 없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하여야 한다. 아울러 우리대학의 교육목표에 부합되는 자질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했는지를 자문하여야 한다. 우리의 학생선발이 지나치게 학업성적 위주로 되어 있으며 이러한 선발방식은 현행 입시제도, 고교교육 형태 및 우리 대학의 여러 조건을 살펴볼 때 우리가 행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인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대학의 경우 선발하는 인원수가 타 대학에 비하여 월등히 적은 만큼 수험생들의 학업성적 이외의 다른 자질과 능력을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평가해볼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우리 졸업생들의 입학에서부터 대학생활 및 졸업 후의 활동을 종합해 보면 입학성적 이외에도 뚜렷한 목표의식, 열정, 창의성, 지도력 등 다양한 자질과 소양이 학생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대학의 장점인 소수정예의 이점을 최대로 살려 지금보다 발전된 입시제도를 개발해야 한다.

서면평가 및 심층면접의 심화가 그 한 예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지금까지 우리대학의 심층면접은 짧은 시간에 걸쳐 학업능력만을 평가해 왔다. 그러나 학생과의 보다 긴 접촉과 아울러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여 학업능력 이외의 다른 자질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학 구성원들의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면 우리는 기꺼이 이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대학은 개교 이래 지금까지 과학 및 공학분야의 교육과 연구에서 우리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우리나라의 과학발전을 이끌어 왔다. 이제 우리대학의 장점인 잘 짜여진 작은 규모의 대학이라는 점을 최대로 살려 학생선발과 대학입시제도에서도 우리나라의 교육계를 선도하여야 할 것이다.